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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Jan 29. 2024

병실엔 고문관이 있다 #불빛

삶의 리듬은 누구나 다르다. 하지만 병실과 교도소쯤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아마 각자의 삶의 리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하루의 불빛 공격이 처음 시작되는 시간은 새벽 6시. 000님~ 혈압 좀 잴게요~ 고요한 회색 공기 가득한 곳에 휴대폰 플래시 불빛이 강렬하게 뚫고 들어온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 마구 흔들리는 그 불빛에는 시선이 없다.  아무 데나 마구 비추는 불빛을 가리기에 한 팔은 이미 기계 안에서 옴짝달싹이 허락되지 않는다. 웅웅 거리는 혈압기의 압력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 짧지만 모처럼 잠이 들었던 뇌를 온통 헤집어둔 새벽의 이벤트는 다시 툭, 휴대폰 불빛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딸깍. 간신히 새벽의 이벤트를 이겨내고 잠이 좀 든 듯하면 이번엔 아침 식사다. 아침 7시 30분. 분주하게 움직이는 육중한 배식판 수레가 덜커덕, 우리 층의 엘리베이터 문을 넘으면 곧 드르르륵 문이 열리고, 식사가 얌전히 테이블에 올려진다. 나 같은 부적응자와 달리 병원의 리듬에 익숙해진 이들에겐 이 식사가 반가우리라. 그래서 딸깍. 기다렸다는 듯이 불이 켜진다. 이 본격적인 전등 불빛은 너도 이제 일어나.라고 날 잡아먹을듯한 기세를 사방에 떨친다. 이불 따위로 애써 가려 봐야 소용없다. 곧 달그락 후루룩 짭짭 통통 온갖 소리의 향연이 펼쳐질 테니. 


아침을 스킵하는 자유 따위는 "아침약"이라는 무시무시한 대기자가 없을 때가 가능한 일이다. 그래. 아침약 먹어야지. 안 먹으면 크으으은일 난다는 아침약이 나의 성질머리에 더 크으으으은일을 할 것 같지만 그래. 아침약 먹으러 아침밥을 먹는 노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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