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생에게

by 시선siseon

어설프게 조언을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섣부르고, 경솔한 일이 없거늘. 나도 모르게 먼저 경험한 일에 대한 조언이랍시고 자꾸만 입을 보탠다. 그들만의 관계를 제법 잘 안다고 과신했던 탓도 있다. 만남은 못 본 몇 달이 무색하게 자연스러웠지만 그들의 내밀한 관계 변화까지 쫒을 만큼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고 하면 핑계가 될까. 그 서러운 눈물과 독기 서린 언어들을 단번에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려웠던 나머지 그 답정너, 흔하디 흔한 위로의 코드조차 오늘은 쉽사리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 만남의 텀 따위가 문제였을까. 둘만의 만남이었다면 시간 순대로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중간 공감을 하면서 그 이야기의 끝엔 모든 감정에 완전히 공감하였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네 명의 관계가 얽혀있는 공간에서 두서없이 펼쳐진 이야기를 전제로 한 어설픈 조언은 결국 내가 가장 공감해주고 싶었던 동생의 마음을 더욱 서럽게 자극한 것만 같다.


아이야. 그렇게 서럽게 울지 말아. 그 서러움과 힘듦, 너무 싫지만 멈출 수는 없어서 네가 맞춰주고 함께 가주는 그 마음, 지금처럼 다 말하고 더 당당해져라. 그 마음이 너를 더 당당하게 만들지언정 너를 더 아프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우리 집 가훈이 생색내지 말자라고 했지. 맞아. 너희 집 가훈은 생색 내자가 돼야 하는 게 맞아. 존나 어이없고 짜증 나는 순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채워주는 순간들, 조금 더 보태면 사랑이 있어서 내가 봐준다. 퉁치고 가준다. 너도 알지?라고 더 큰소리로 말해. 너도, 니 짝지도 말이야. 상처가 크면 클수록 더 큰소리로 말해. 저번 일이 한 삼일짜리 네가 감사해 모드로 가야 퉁쳐질 일이었으면 이번엔 적어도 석 달짜리는 된다고. 그렇게 서로 더 감사할 건 감사하면서 가자. 그런 사랑과 인정, 감사해하는 마음 정도가 고작 바라는 것의 전부인데 생색, 그거 뭣이라고 말이다.


예쁜 000.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당당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 우리 000. 이제 충분히 울었으니 앞으로는 더 빵긋빵긋 웃을일만 많기를, 이 부족한 언니가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엔 우리 둘이 만나자. 우린 사실 술따위 없어도 세 시간은 논스톱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둘이 먹는 술이 또 신나니까 뭐든, 앞에 두고 마주 앉아서 그저 수다나 실컷 떨자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분노조절장애, 다들 한번씩 의심해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