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부부의 세계란 무엇일까. 처음에는 물론 설렘과 안정감, 철떡 같은 믿음과 신뢰로 시작한다 할까. 하지만 그러다 곧 자신이 만든 상대에 대한 상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었는지 깨닫는데 까지 결혼 후 짧으면 몇 달. 길면 몇 년. 서로의 상이 현실과 만나 깎이고 또 깎여 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때쯤, 운이 좋게 - 혹은 나쁘게 - 곧 아이를 맞이한다. 아이를 마주한 어른의 모습은 그간 홀로 인생을 살아올 때의 모습과는 또 완전히 달라서 형체조차 사라진 줄 알았던 서로에 대한 과신한 믿음이 또 한 번 산산조각 나기도, 혹은 완전히 새로운 형체로 태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시기를 잘 겪어내고 나면 이제 소위 말하는 전우애, 우정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이제야 결혼 선배들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미우나 고우나 살아온 정. 죽을 것 같이 싫던 것도 그러려니, 온몸이 짜릿할 만큼 좋던 것도 그러려니, 그저 상대의 모습이 적당히 예측 가능해지고 안정적이게 되는데 그 모습이 인생의 불확실성을 하나 제거한 안정감을 주기도, 어떤 이에겐 한켠 무료함을 주기도 하겠지.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고비가 온다. 서로가 포개진 삶이 그간 너무 치열하여 차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바깥세상, 그 바깥세상이 자신의 그 안정된 기반을 송두리째 들고 흔들 때, 당신은 그간의 안정된 기반을 유지할 것인가. 혹은 새로운 삶의 풍랑에 몸을 맡길 것인가. 선택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 길고도 길다. 특히나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타인의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모든 선택과 결과에 대한 짐은 너무나도 무겁다. 아이. 내 아이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어떤 부모가 견딜 수 있을까.
아이는 부모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어느 부모든 한 때는 아이가 세상의 전부였을 진대, 그 아이는 그러나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만다. 이제 것 받은 것이 아니라 현재 받지 못하는 것이 아이에겐 전부일뿐. 그러나 그런 무지의 결과로 받는 고통 또한 오롯이 아이의 몫이니 그 무지를 탓할 것 하나 없다. 부모와 자식의 얽힌 실타래. 그 온도 차. 해결해 줄 것은 오직 시간밖에 없으나 그 시간은 결코 성급한 인간의 시계를 따르지 않는다.
가족이 제일 무섭다 했다. 부부는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절대 끊을 수 없는 부모 자식의 연이 끼어드는 순간 아무것도 심플한 것은 없고 세상에 오롯이 개인으로 존재하는 자기란 없다. 이렇게나 무섭고 무거운 가족의 연, 그리고 그 시작인 부부의 연. 그래서 신혼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모습은 그렇게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원래 눈부시게 찬란한 아침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