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방치해두면

by 시선siseon

드디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 속에 앉아있다. 이 순간이 얼마나 간절하고 나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는지, 일상에서 소소한 스트레스가 쌓여 미쳐갈 때쯤, 이 순간을 마주해보니 너무나 잘 알겠다. 그래. 나한테 필요했던 건 이거였어.


모든 것이 다 특별하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적당히 힘들지만 적당히 버틸만한 정도. 그러나 적당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소진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이 순간. 완전히 혼자이고, 글을 쓸 수 있는 순간. 그저 아무 데나 혼자 도망쳐있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가령, 혼자 방문 닫고 이불속에 숨어서 잠을 청해본다던가, 휴대폰을 하며 혼자 멍 때리고 있는 것, 이것들은 그 와중에도 모두 시도해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도망은 사실 임시방편이었을 뿐. 정말 필요한 것은 오롯이 나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 그 가늠자는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 공간을 맞아야만 나는 다시 채워진다. 이렇게 봇물 터지듯이 쏟아내고서야 나는 이제야, 이제야 숨을 좀 쉴 것 같다.


마음이 울퉁불퉁하다. 점점 인내심이 없어지고, 툭 치기라도 하면 금방 터질 듯 부풀어 올라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을 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모드를 되돌리기 위한 적극적 행위를 찾아 하는 것이었다. 그 마저도 의욕이 없었던 순간, 결국 터져버린 감정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잠깐만, 잠깐만 쉬고 올걸. 버티고 버틴 결과가 소중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 같았으면 그만한 최악의 결과가 없거늘. 딴에는 한다고 한 배려가 결국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나도 살고, 내 주변도 살 수 있는 방법. 그 키는 늘 나에게 있음을.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까지 방치하지 말 것. 나를 잘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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