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그저, 방치되어 죽어가는 관엽식물 한 그루였다.
어느 날 연구실에 나타난 관엽식물은 무언가 심하게 휘어져 있었고 빛을 바랐고 죽은 잎들에 잔뜩 덮여있었다. 그저 죽은 잎들이나 좀 정리해 줄까, 특유의 정리병이 발동되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한 시간이나 그 화분 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죽은 잎으로 뒤덮여있던 화분 흙을 긁어내고 나니 드러난 앙상한 가지들 - 가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무려 '공중 뿌리'였다 -. 우선 정처 없이 휘어져 거의 화분 밖으로 펼쳐져 있던 그 가지들을 지지대에 적당히 묶어 모양을 잡아준다. 그다음은 죽은 줄기와 시든 잎들. 누렇게 빛바랜 아이들이 어찌나 많던지 따고 뜯고 뽑고 정리하고 났더니 어라, 제법 남은 잎들은 푸르르다. 푸르른 잎들을 가만히 손으로 만져 얼룩을 닦아내고 났더니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진심 깜짝 놀랐다. 최근 들어 한 시간을 그렇게 몰입해서 사라진 듯이 써본지가 언제던가.
그런데 그 끝 맛이 너무나 개운했다. 조금은 뿌듯(?)도 하고 끝없는 이성의 고민과 스트레스, 잡생각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났다가 돌아오고 났더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이래서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을 맞는 건가 싶었다.
그 이후로 연구실에 가면 제일 먼저 그 초록이를 살폈다. 어설프지만 다이소에서 하나 사다가 꽂아준 영양제도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지 초록이는 언제 그랬나 싶게 이제 멀쩡한 식물화분(?)이 되어있었다. 심지어 멋모르고 모양을 잡는다고 내가 흙에 심어버렸던 공중 뿌리가 다시 흙속에 자리를 잡아 새잎을 틔우기에 이른 것은 일종의 경이감이 든 사건이었다. 그저 조금의 손길만 닿았을 뿐인데 너는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살아나 주는구나.
생명력을 가진 가장 고요한 존재. 그렇게 고요한 채 가만히 홀로 존재하지만 누군가의 보살핌에는 반드시 보답하듯 더욱 단단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싱그러운 피사체. 그들의 시간은 바쁘기만 한 우리의 시간과는 다르다는 듯이 느리게 그렇지만 반드시, 흘러간다는 것을 그들은 끊임없는 성장으로 보여준다. 그러니 식물을 곁에 두고 만지고 보살피면서 함께한다는 것은 한순간이나마 그들의 시간에 함께한다는 것, 그래서 느리지만 강인하고 싱그러운 그 에너지를 받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아. 당분간 나의 식물 앓이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