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O가 있어야 재능도 있다?

'재능'이라는 개념과 본질에 대한 탐구

by 아임낫체리

"자네는 재능이 뭔가?"


면접관이 만약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분명 재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없었거나, 있는데 모르는 거 같기도 하고, 네, 그렇습니다."


이런 엉성하고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재능이란 것도 펼치거나 검증할 시간이 필요한데, 아기 키우는 데 9개월간 몰두하면서 그런 시간을 거의 가지질 못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헷갈려졌다. 애초에 재능이란 게 뭔지. 그게 실제하는 건지.


나는 이렇게 어떤 당연하게 생각하던 개념이 내 안에서 붕괴될 때 국어사전부터 뒤져본다.

그것의 명확한 정의를 알게 되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국어사전에서 '재능'이란 단어를 치니 단 1개의 명료한 정의가 내려져 있었다.


[재능] 才能 1.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타고나거나, 훈련에 의해 획득이 되거나 두 가지 방향을 다 아우른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타고난 능력이 있을 때 재능이 있다고 듣거나 말했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재능이란 게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라도 일단 있어야 확인이 가능하다.

그림을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사람이 그림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요리를 한 번 밖에 못해본 사람이 요리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법이다. 100가지의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경험이 100가지나 되는 것이다.


이 짧디 짧은 생에서, 경험이 다 돈인 극한의 자본주의 세계에서 내 재능을 검증해보기 위해 100가지 경험을 과자 고르듯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자신이 속한 세계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치 안에서만 자신의 재능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당연히 아무 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재능이란 걸 발견할 수가 없다. 재능은 뭔가를 해야 찾을 수 있고,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본 경험치 안에서 나의 재능을 얼마나 탐구할 수 있었나.

분명 많았던 것 같은데, 손에 꼽아보니 몇 개가 되질 않는다.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어느 정도 인정해야 진짜 재능이란 것이 완성되는 것 같은데, 아직은 스스로 90% 이상의 확신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분명 내가 해보지 않은 수백가지의 일 중에서 내가 유달리 재능을 가지고 있고 선두에 설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금 지니고 있는 경험 안에서는 확신이 드는 일을 아직 못찾았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며 사람들에게 "넌 이 쪽에 재능이 있어."란 말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에 대한 자기확신까지 갈만한 재료가 부족했다. 그 재료라 함은 거기에 들이는 에너지와 시간일 것이다.

적당히 할 줄 알게 되면 실증내거나 그만 둬버리는 나태함 때문에 재능을 발견하나 싶다가도 그것이 희미해져버린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잘 하던 것이 애매하게 할 줄만 아는 것이 될 때 이건 과연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표가 머리에 떴다.


내가 재능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이렇게 파고들어 탐구하는 이유는 내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또 가지고는 있는 건지, 아직 못 발견한 건 아닌지 고찰하고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서다. 그리고 재능은 DO가 선행되어야 찾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무엇이라도 제대로 DO를 해보기 위해서다.


아직 나는 타고난 내 자신의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닐까? 찾는다면 그걸로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닐 거라고 믿고 싶지만 어쩌면 아무 곳에도 뚜렷한 재능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재능은 필수 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분야에서도 윤곽을 드러내지 못한 사람들도 자신이 경험치 못한 멀티 유니버스에선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무언가 해야 재능은 발휘되거나 발견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쌓기에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기 때문이다. 이 연작의 끝에 가서는 서두에 쓴 면접관의 질문에 흐리멍텅하게 답하지 않고 명쾌하게 단 한 줄로 내 재능을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며 조금은 희망찬 리듬으로 타자를 쳐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는 제법 상투적이지만 이 글을 시작하려면 할 수밖에 없다. 일단 해보자. 그래야 자신의 재능과 조우할 수 있다. 그걸 발견하고 나면 또 해라. 그래야 진짜 내 재능이 된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스스로 내린 처방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뭔가라도 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 하고 안에서 솟아나기도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재능을 발굴하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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