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돈이 되어야만 재능일까?

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능과 돈의 상관관계 탐구하기

by 아임낫체리

오랜 사회 생활을 하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키우고 나니 뭐니뭐니해도 돈이 짱이라는 극한 자본주의에 오이처럼 절여지고 말았다. 돈의 맛을 알고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시간의 가치를 계산하는 계산식이다.

한창 낭만을 만끽하던 20대 때만 해도 순수한 예술과 사랑, 다양한 감각과 경험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몰입하곤 했다. 그러다 사회의 때가 타고 돈을 알고 나서는 그런 낭만에 몰입을 하는 것이 확실히 어려워졌다.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내가 이 250 페이지의 책을 틈틈이 읽어서 완독하는 데까지 대충 일주일이 걸리는데, 그 일주일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뭔데? 내 돈벌이에 도움은 될 수 있나? 이런 식의 각박한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소설과 감성적인 에세이가 꽂혀있던 책장은 점점 실용서적과 어학 문제집 등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이런 사고는 재능이라는 것에도 적용되었는데, 내가 나의 재능에 대해 백퍼센트 확신을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가 진짜 이 분야에 재능이 있다면 나는 훨씬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내 재능을 남들에게 판매하는 등의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가진 재능의 파워는 딱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 한 자리 알박기할 수 있을 정도 아닌가?


한때 전문직이 뭔지, 전문가가 뭔지에 대해 열심히 탐구해볼 때가 있었다. 누군가는 전문가를 자신의 분야에 대해 강의를 하고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 했고, 누군가는 전문가를 10년 이상 한 가지 분야를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정의내린 전문가는 자신의 재능을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던 나는 어설프게 세 가지 꼭지에 다리를 걸치고 두리번대기만 했다.


대학교에서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나 글을 쓸 때도 잘 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그것이 상금을 받거나 영화감독으로 입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회사에서도 일을 잘한다고 늘 칭찬을 받았지만, 내 이름을 걸고 다수의 대중에게 팔리는 프로젝트를 완수한다거나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거기서 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재능이 있는 것 같고, 타인들도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왜 많은 돈을 버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이런 혼란을 겪는 이유는 단지 '돈미새'여서가 아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치에 대해 '퍼블리싱'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평가나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한 탑 영화배우가 배우 중 최고 개런티를 받는 이유는 그 사람이 돈에 미쳐서가 아니라 그만큼 잘 팔리는 재능과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그림을 엄청나게 잘 그린다고 치자. 그 그림을 방구석에서만 그리고 가족들이나 친구들만 보고 인정한다면 분명 그 사람은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거나 인정받는 결과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재능은 단지 자기만족을 위한 도구인가? 그 그림을 프리마켓에서라도 판매한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냉정하게 돈으로 평가해줄 것이다. 만족하지 않는다면 단돈 만원에 팔더라도 아무도 사지 않고 관심도 주지 않을테니.


천민 자본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돈과 연관짓는 사고가 위험하거나 천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돈은 가치나 아름다움과 상응하는 결과물이라고 보기 때문에 결국 재능을 돈과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내가 어떤 일에 재능이 있다면 누군가가 비싼 돈을 주고 나를 고용할 것이고, 내 재능을 살 것이다. 물론 베이스로 깔려야 하는 것은 그 재능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성과물들과 증거자료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그걸 '포트폴리오'라고 표현하겠다. 내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 나는 취업을 하거나 이직을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왔지만 스스로도 거기에 대해 확신을 갖진 못했다. 이게 진짜 내 재능을 다 보여줄 수 있는가? 진짜 여기까지인가?


곧 폭발할 것 같은 백두산처럼 내 안에는 잠재력만 그득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그 재능을 화산처럼 터뜨리려면 결국 또 시간이다. 내 재능을 어떻게, 어디에, 얼만큼 쓸 수 있는지 수치화할 수 있고, 객관화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돈이 되어야만 재능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글을 시작했는데, 결론은 그게 맞는 것 같다. 물론 재능을 스스로의 쾌락을 위해 향유하기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순 있지만, 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재능이 진짜 재능이려면 돈이 되어야 한다. 여러 가치들을 파생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값어치는 계속 우상향해야 한다.


이제 역으로 내가 그 동안 사회에서 벌어온 남의 돈들이 내 재능으로 인해 벌린 것인지, 그렇다면 그 값어치를 더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했는지 복기해보자. 분명 큰 돈이 될 기회는 많았다. 그것을 못보고 지나쳤거나 외면했을 뿐. 이젠 그 기회를 잡고 싶다. 잡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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