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롱 속에 숨이었던 ‘옛날 주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 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주식의 존재도 모르다가 우연히 찾게 된 주식의 가치가 크게 올라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는 “아버지가 주신 31년 된 주식”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31년 동안 묵혀있던 주식의 실체, 함께 알아보자.
각종 커뮤니티가 주식 얘기로 떠들썩하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서 근로소득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사회 초년생은 물론 대학생, 심지어 10대 학생들까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당연히 이런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각종 커뮤니티에는 저마다 주식에 대한 게시판이 신설되거나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 많아지고 이야기가 많아지면 당연히 놀라운 사연도 많아지는데, 최근 들어 ‘부모님의 선견지명’이라 불리는 주식투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10년 전 구매한 삼성전자 이야기나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사 모았다는 현대차 주식 등 부모님이 오랜 기간 보유하며 가치가 크게 오른 주식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두었던 주식에 대한 소식은 몇몇 사례를 통해 큰 화제가 됐다. 이들은 장롱 속에 숨어있던 알지도 못한 주식이 현재가치로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서 저마다 집안 곳곳에 먼 과거에 사두었던 주식이 없는지 찾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실제로 알지도 못했던 주식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 주식이 대부분 ‘떡상’을 기록하며 엄청난 가치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버지가 주신 31년 된 주식’이라는 게시물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1989년에 발행된 2장의 종이 주식 사진이 올라왔다.
이 주식은 1989년 포항제철주식회사(현 포스코)에 이어 두 번째로 국민주로 공급됐던 한국전력공사의 주식이었다. 해당 주식은 1988년부터 도입된 국민주로 대규모 공기업을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보급했던 주식이다. 종이에는 ‘한국전력공사주권’이라 쓰여 있었으며 1주짜리 주권 1장과 5주짜리 주권 1장이 이었다. 1주짜리 주권에는 ‘금오천원정’ 5주짜리 주권에는 ‘금이만오천원정’이라 쓰여 있었다.
게시물 작성자는 “아버지가 주식을 정리해달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예전 회사 다니실 때 받으신 거라고 합니다”라며 주식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처음 게시물이 올라왔을 땐 많은 누리꾼은 “30년 전 주식인 만큼 지금 얼마나 올랐을지 기대된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31년 전 한국전력공사의 주식은 얼마나 올랐을까? 먼저 한국전력의 매각 주식의 주당 보급 가격은 거래가 가능한 정상가격 청약자는 1만 3,000원, 장기보유 희망자는 30% 할인된 9,100원에 판매됐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의 아버지 역시 당시 1만 3,000원 수준으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전력 주식은 얼마나 올랐을까? 2021년 2월 22일 기준 한국전력의 종가는 2만 3,850원이다. 1989년 주식과 비교해보면 약 8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80%의 수익률이라고 하니 많은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는 않다. 1989년 대비 현재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90%가 넘기 때문이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가 한국전력의 주식을 전부 매도해도 14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한국전력 주식은 언제 매도해야 했을까? 최근 10년 사이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5월 13일에 6만 3,700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30년이라는 세월을 생각하면 크게 많은 상승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주식 전문가들은 대부분 장기투자를 추천한다. 종목의 경영 상황이나 기업의 가치 등을 판단해 수십 년 동안 보유하고 있을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SK텔레콤 주식을 90년대 초 3만 원 대에 매수해서 10년 뒤 440만 원대에 매도하는 등 장기보유한 주식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표적인 우량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10년 전인 2011년 최저가는 1만 3,440원(액면분할 주가 기준)과 비교해 현재 8만 3,000원 대로 700%가량 상승했으며, 현재 주당 39만 원 수준인 셀트리온은 10년 전에 2~3만 원대에 거래되곤 했다. 이런 우량주들만 살펴보면 사실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보인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잘 모르겠으면 삼성전자’라고 말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된 사례처럼 30년 넘게 보유한 주식이지만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거의 제자리걸음만 한 주식 역시 상당히 많다. 그중에는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주식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공기업 주식들이 수십 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 주식이 상승했던 지난해 주식 호황에도 공기업 주식의 주가는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기업은행, 한전KPS 등은 연초 대비 20~30%가 넘는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한 전문가는 “공기업의 경우 공익 성격이 강해 수익창출에 제한적이고 적자를 면치 못하다 보니 투자 종목으로 적절하지는 않다”라며 공기업의 주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