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13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 원을 돌파하며 7,200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상화폐 광풍이 다시 불자 여기저기서 ‘가상화폐가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몇몇 투자자들 역시 가상화폐가 정말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정말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함께 알아보자.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블록체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록체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데이터 위 변조 방지 기술’이다. P2P 방식을 기반으로 데이터들을 체인 형태로 연결해 저장함으로써 누구에게나 동일한 데이터가 저장되고, 이 때문에 누군가가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들이 블록을 형성하고 블록에는 이전 사용자들에게 전파됐던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돼 있다. 이 블록들이 서로 집합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블록체인이라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수없이 많은 기록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한 묶음으로 묶어 버리는 것이다. 기존의 전자화폐가 중앙 서버에서 거래 기록을 저장했다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폐는 각각의 사용자에게 거래 기록을 공유하며 서로 비교해 위조나 변조를 막는 것이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것이 바로 암호화폐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실증했다는 의미가 있는 암호화폐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암호화폐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앙시스템 없이 P2P로 만 운영되는 전자화폐의 위 변조 위험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화폐는 중앙은행 등 발행기관이 있고, 중앙은행에 의해 화폐의 가치가 보증된다. 하지만 P2P 기반의 전자화폐의 경우 중앙은행이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모두가 위조, 변조되지 않은 화폐라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암호화폐가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수많은 암호화폐가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며 블록체인 관련 산업은 혁신산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많은 전문가는 “세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집단이나 국가가 세계의 중앙은행이 될 수 없으므로 각각의 사용자가 위조와 변조를 막는 블록체인은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비트코인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위조되거나 변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블록체인 성공사례가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을 고려해 방법을 찾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다.
특히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을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에서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나섰다. 씨티그룹은 “비트코인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만큼 국제 무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통화가 돼야 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에 힘입어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블록체인 기술을 인정하더라도 암호화폐 자체만으로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변동성’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 3월 14일 7,2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하루 만에 6,500만 원 대까지 폭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한 화폐의 가치가 이렇게 등락이 심하면 무엇을 믿고 구매를 하겠는가”라며 “실제로 비트코인은 하루에만 1,000만 원씩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가상화폐를 통해 피자를 먹는다고 했을 때, 피자를 먹기 전 알고 있던 가격과 피자를 먹고 난 후 계산할 때 가격이 몇 만 원씩 차이가 난다면 이를 화폐로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전문가는 “최근 암호화폐를 ‘화폐’라 생각하고 사들인 사람이 얼마나 있나?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많은 사람 중 암호화폐를 나중에 화폐로 사용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현재 암호화폐는 돈을 벌기 위한 투기 목적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여러 커뮤니티 등에서는 ‘흙 수저를 벗어나기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암호화폐를 화폐의 용도가 아닌 투기의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들뿐 아니라 암호화폐 전문가 사이에서도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암호화폐를 통해 결제가 가능했던 적이 있는 만큼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초의 암호화폐 결제는 지난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이뤄졌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한 이용자가 실제로 거래가 가능한 지 확인해 보기 위해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결제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한 빵집에서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고 빵을 팔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이태원의 음식점이나 명동의 피부관리소, 방배동의 안경원 등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곳이 전국에 150여 곳 있었지만 대부분 2017년~2019년 사이 암호화폐 결제가 끊겼으며 현재는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가 전혀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했을 당시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우선 비트코인 거래에 최소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일반 상점에서 결제하는 데만 10분씩 걸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했다. 게다가 엄청난 변동성 때문에 10분 전과 10분 후의 암호화폐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분명 혁신적인 기술인 만큼 현재 드러나고 있는 단점들 보완해 줄 장치만 마련된다면 분명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씨티그룹은 “비트코인은 주류 화폐로 가는 길과 투기 붕괴 사이의 변곡점에 서 있다”라며 “비트코인이 주류로 인정받기 위해선 암호화폐 시장 운영 방식 등 몇 가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