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건수가 24만 건을 밑돌며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는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가 5건도 채 안 되는 수치이다. 현재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8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이며 전년대비 매년 5%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저출산 고령화 시대라고 하지만 이러한 결혼율 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대체 무슨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층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일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혼인을 기피한다는 인식이 컸다. 실제로 2014년 30~34세 남성의 결혼 검수 증감률은 전년대비 –6.6%로 남성 전체 증감률 –5.4%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25~29세 여성의 결혼 건수 증감률은 –10.3%로 여성 전체 증감률 –5.4%의 2배에 달했다.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보다 남성의 혼인 감소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연령대인 30대 초반 남성(30~34세)의 결혼 건수는 2015년 기준 전년대비 9.7% 감소해 여성 30대 초반의 결혼 건수 감소 속도를 추월했다.2017년도에는 30~34세 남성의 결혼 건수가 2016년에 비해 10.3%줄었으며 작년에는 전년대비 10.4%이 감소했다.이는 작년에 비해 결혼 적령기 남성의 결혼 건수가 9600건 이상 줄어든 셈이다.
남성들이 결혼 포기를 입에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 문제이다. 보통 남성들이 대학교 진학 이후 2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복학을 하고 나면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것은 학자금 대출이다. 만약 고학년이라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 마련과 더불어 취업 준비까지 함께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취업이 어렵고 준비 기간도 길어지면서 결혼 자금을 모으기 더욱 힘들어졌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의 취업률은 27%로 35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로 OECD 평균 취업률 41.4%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이다. 준비 기간은 어떨까? 2017년 신한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의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약 13개월로 1년이 넘는다.
남성의 경우에는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평균 26살 이상부터 취업이 가능하며 최근에는 취업난으로 스펙을 쌓고자 휴학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취업연령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취업의 문턱을 넘고 회사에 입사한다 하더라도 결혼자금을 더 어렵다. 결혼에 소요되는 평균 비용이 대기업 기준 직장인 평균 초봉의 4배가 훌쩍 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김모씨는 아무리 악착같이 돈을 모아도 연봉 인상률 등을 고려하면 8~9년 동안 돈을 모아야 결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그때까지 여자친구가 기다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잡코리아가 올해 채용을 진행한 771개 기업의 4년 대졸 신입직 초임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대졸 신입 초임이 평균 4130만 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초봉은 2800만 원이었으며, 공기업은 3810만 원으로 집계됐다. 남성 사회 초년생의 한 달 월급이 평균적으로 300만 원가량인 셈이다.
하지만 결혼자금 비용은 어떨까? 웨딩컨설팅업체인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1000명(남 508명, 여 492명)을 대상으로 결혼 비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 한 쌍이 지출하는 평균 결혼 자금이 2억 3186만 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조사 당시 101만 원(0.4%)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싫은 비혼주의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장모(30) 결혼 자금에 비해 버는 돈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4년째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결혼을 최대한 간소하게 치룬다하더라도 아이까지 생각하면 맞벌이를 하더라도 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저소득층은 오르는 결혼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결혼자금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결혼을 미루는 추세이다.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데 바쁜 여가시간을 쪼개가며 굳이 결혼생활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인 것이다.
실제로 7년째 나홀로족으로 살고 있는 A씨(36, 남)는 처음에는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 집을 구하기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1인가구를 시작했지만 자유로운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밝혔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청소도 내가 하고싶을 때 하면 되고 피곤하면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푹 잘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남성이 결혼율이 감소하는 이유에는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 등의 변화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위한 고소득 일자리 창출이나, 주거, 육아 등의 가계 지출 항목을 저 부담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