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불어오는 투자 열풍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부동산·비트코인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2030세대 직장인들은 9시가 되면 화장실에 달려가 주가를 확인하고 주식 장이 닫는 오후와 저녁시간 동안에는 코인 투자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한편 최근 노후준비를 목표로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든 5060세대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과거에는 투자라고 하면 자산을 어느 정도 축적한 중장년층이 여유자금을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20대 젊은이부터 7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에서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해서 자산을 2~3배 이상 불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해서 번 돈은 이제 예금통장으로 가기보다는 투자를 위한 종잣돈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는 아직 사회생활을 하기 전인 어린 대학생들도 용돈이나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투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 30대 직장인은 "요즘에는 주식·코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대화에 참여하기도 어렵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투자 열풍으로 인해 '인생 한방'을 꿈꾸며 과감한 투자에 올인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마저 어려워지자 주식·코인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이들 중에서는 대출까지 받아 투자금으로 쏟아붓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한 달간 신용대출 잔액이 약 7조 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문가는 이를 "빚투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주춤했던 가상화폐시장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SKIET 공모주 청약이 대어로 떠오르면서 빚을 내서라도 대박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그중 코인 열풍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내주고 있는 케이뱅크는 4월 한 달 동안 고객수가 146만 명이나 증가했다. 빗썸·코인원과 제휴한 농협은행 역시 올해 1분기 동안 신규 개설 계좌 수가 15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 위원장이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다. 가상 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라는 발언을 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와 함께 그는 "실명 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폐쇄의 가능성이 있다"라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직격타를 날렸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다음날 7,00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5,500만 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뜨거운 코인 열풍을 완전히 덮을 수는 없었다. 지난 한 주 사이 가상화폐 시장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한때 추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급등해 5월 3일 기준 7,025만 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인 알트 코인 중 대장 격인 이더리움도 4월 1일 243만 원에서 크게 올라 지난 5월 7일 425만 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했다. CNN에서는 "이더리움이 최근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대체 불가능 토큰(NFT)의 거래통화로 쓰여 가격이 오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가상화폐 시장과 관련해서 주목해 볼 만한 사실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던 50대와 60대들은 다수의 투자 경험과 든든한 자본력을 기반 삼아 새롭게 알게 된 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올해 1분기 동안 새로 가상화폐 계좌를 만든 신규 투자자 중 5060세대가 2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만 놓고 보자면 11%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쏟아부은 투자금은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각 거래소에서는 자금력이 큰 중장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다시 개장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뛰어들었던 중장년층은 변동성이 큰 코인판에 무작정 목돈을 걸었다가 큰 실패를 보는 경우도 상당하다. 51세의 한 여성은 몇 달 전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직장 후배의 말을 듣고 주식의 절반을 헐어 1억 원이나 가상화폐에 입금했다. 그녀는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 가치가 한때 200%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40% 수준으로 줄어들어 6,000만 원가량을 날렸다고 고백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5060세대의 가상화폐 투자성향은 2030세대보다도 더 공격적인 단타매매의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중장년·노년층이 증가하지만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큰 고위험 투자 상품인 만큼 유의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