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재테크에 대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한 사람들은 예적금보다 주식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익이 높음을 근거로 주식을 권하곤 한다. 이와 같은 권유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사진이 한 장 등장했다. 해당 사진의 주인은 삼성전자를 주식을 무려 20년 동안이나 보유했다고 밝혔다.
위의 사진이 그 화제의 사진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50분의 1로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간단히 말해 삼성전자 주식 1개를 50개로 나눈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진의 삼성전자 주식은 3만 원대로, 이는 액면분할 이후 찍은 사진이며 사진이 찍힌 시기는 액면분할 이후 가장 주가가 많이 하락한 2018년 12월 28일로 추정된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당 3만 8,700원까지 하락했다.
20년 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는 사진 주인의 매입 시기는 IMF가 한창이던 1997, 1998년으로 추정된다. IMF는 대한민국이 절망에 빠진 시기이기도 했지만, 가장 투자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주식은 IMF를 맞이해 주당 6만 원(그래프 상 1,200원)에 형성되었으며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다.
주식이 30%만 상승해도 매도를 고민하는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보다 20년 동안 한 주식을 들고 있었다는 데 더 감탄했다. 당시 6만 원(현재 1,200원)에 매입된 1만 5,892개의 주식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상승해 주당 240만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시기는 이건희 회장 시대와 함께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건 1975년 6월 11일로, 상장 후 10년 가까이 삼성전자의 주가는 1만 원대에 머물렀다. 이건희의 회장 취임일은 이병철의 사후인 1987년 11월로, 그는 가장 먼저 삼성의 문화를 '자율 경영' 시스템으로 전환해 각 계열사에 리스크를 줄이는 것보다 적극적인 도전을 선호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건희의 경영이 시작되며 삼성전자의 주가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건희가 1974년 인수한 한국반도체의 기술력은 전자시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김광호 이사를 통해 흑자전환된 후, 1992년에는 세계 D램 시장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삼성은 1993년까지 5년 동안 외형은 2.5배 늘고, 순이익과 기업가치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높았지만 정작 세계시장에서 삼성 제품은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생산 품질이 좋지 않아 불량률도 높았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이건희는 임직원들의 낙관 속에 깊은 위기감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가던 삼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건희는 1993년 6월 4일 이건희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품질경영'으로 또다시 삼성을 다잡았으며, IMF 6개월 전, 위기를 직감하고 임원들의 사표를 미리 받아 가면서까지 구조조정하여 IMF를 견뎌내었다. IMF를 떠올린 삼성 임원들은 "6개월 동안 준비해 간신히 살아남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이후 20년 전, 세계 1위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와 D램뿐이던 삼성전자는 점차 CTV와 모니터, 휴대폰, D 램, 낸드플래시, 모바일 AP, 냉장고 등 다양한 제품까지 1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2006년 삼성전자는 TV에서 당시 절대강자였던 일본의 소니를 제쳤고, 전 세계에서 14년간 1위를 지켜온 휴대폰의 강자 노키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건희는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 1994년 구미 공장에서 휴대전화 15만 대를 불태웠다. 이런 이건희 특유의 경각심과 결단은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그는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늘 추격자를 경계하며 미래의 먹거리를 찾았다. 이런 그의 경영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났고, 안주하지 않는 성향은 주주들의 신뢰를 높였다.
이외 IMF 사태, 닷컴 버블 붕괴,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의 위기에서 삼성은 앞서 준비하거나 상호보완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높였다. 실제 위와 같은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2008년 매출 100조 원을 돌파했으며 2018년 매출 243조 7,700억 원, 영업이익 58조 8,900억 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이에 맞추어 함께 상승했다.
삼성 주식이 높아진 이유를 지금까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왜 예적금보다 주식을 하라는 걸까? 이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 보도가 있다. 뉴스 1은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활용해 삼성전자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기사로 작성했다. 드라마에서 바둑 상금으로 수령한 5,000만 원을 예금, 부동산, 주식투자로 구분하여 2015년에 얼마만큼 상승했는지 따진 것이다. 이 보도에서 뉴스 1은 예금보다 주식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득이라 보도했다.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5,000만 원을 1년 단위로 원금과 이자까지 재 예치했을 경우 2015년 수령액은 2억 5,500만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부동산은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로, 2015년 시세인 10~11억 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부동산 투자만 했어도 예금보다 4배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수익도 주식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988년 삼성전자의 평균 주가는 3만 2631원으로 시총은 1조 1,061억 원이었다. 그리고 2015년, 삼성전자의 주가는 129만 9,000원으로 시총도 191조 3418억 원으로 상승했다. 1988년 5,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19억 9,500만 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2017년 삼성전자의 주가가 250만 원대까지 올랐음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더더욱 높아진다.
또한 주식은 배당금을 지급한다. 2021년 삼성전자의 1분기 현금배당은 주당 361원으로, 사진의 주인은 이번에만 3억 원 가까이 배당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20년 동안 이와 같은 배당을 받아왔다고 가정할 시 그 이익 격차는 더욱 높아진다.
예적금은 목돈을 마련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돈을 모으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자수익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손해인 경우도 있다. 반면 주식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높아지며 배당금이라는 별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수익성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또한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1위 기업인만큼 타 주식보다 안정적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주당 200만 원이 넘는 대한민국의 대장주에서 액면분할을 통해 5만 원 내외의 국민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목돈이 없어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도 적금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주식 중 하나로 평가되지만,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성장을 주도해온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점은 리스크로 평가된다. 또한 삼성의 우위를 중국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때문에 만약 삼성전자 주식을 적금처럼 든다면, 전보다 리스크가 높아진 점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