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의 기대수명은 점차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 역시 83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은 꼭 좋은 일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은퇴 이후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생계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열심히 수입을 모으고 노후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자산을 모아야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라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생한 아이는 기대 수명이 83.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생명표는 현시점에서의 사망 확률이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특정 연령의 사람이 향후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를 예측한 통계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이 이전부터 80세를 넘어섰던 것은 아니다. 수백 년 전인 조선시대의 경우 평균 수명이 44세였으며, 50년 전인 1970년대의 경우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2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세기밖에 지나지 않은 오늘날 우리의 기대 수명은 무려 20세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나이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60세만 넘겨도 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환갑잔치를 열었다면, 이제 환갑이라는 나이는 노인으로 보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60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자신을 아직 중장년층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스마트 기기에도 어려움 없이 접근 가능한 스마트 세대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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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처럼 사람의 수명이 늘어난 것이 꼭 좋은 일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장수가 정말로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건강해야 하며 둘째 넉넉한 은퇴 자산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균 연령은 80세를 넘어가는데 법정 정년은 60세밖에 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사기업에서 일을 할 경우 그보다 더 이른 40~50대에 퇴직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 빠듯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 65세 여성은 주말마다 하루 7시간씩 동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아직 대출금 상환도 남아있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생활비 마련도 하려면 일을 안 할 수가 없다"라고 고백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 실태조사에서도 65~69세 연령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9%에서 2020년 55%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들이 얻는 연간 소득 중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의 공적 이전소득 비율이 27%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기타 OECD 선진국들의 공적 이전소득 비율이 평균 57%인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이다. 즉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노후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두지 않으면 국가에 기대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번에는 노후를 미리 준비하려고 하는 20~40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취업난 등의 문제로 이전 세대보다 더욱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며 힘겨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직장 생활과 각종 투자를 병행하면서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은퇴 전까지 자산을 어느 정도 모아놔야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을까?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금액이 26억 원이면 상위 1%, 73억 원이면 0.1%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 1%까지 갈 것도 없이 일반 사람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노후생활비만 만들어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한 조사 기관에서는 국민들이 희망하는 노후생활비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부부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월평균 300만 원의 생활비가 있으면 만족스러운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응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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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희망하는 대로 은퇴 후 월 300만 원 이상의 생활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까지 어느 정도 자산을 마련해 두어야 할까?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노후기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7억에서 9억 사이의 자산이 준비되어 있다면 별도의 소득이 없더라도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7~9억이라는 금액조차도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 않은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처럼 보일 수 있다. 전문가는 이에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에 가입되어 있어 한 달에 백만 원 이상 연금수령액이 예상되는 경우 준비해야 하는 노후 자산은 2/3 이하로 금액이 낮아진다. 만일 150만 원씩 연금을 수령할 예정이라면 필요한 노후자산은 3~4억만 되어도 충분하다"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월 300만 원이라는 금액의 노후생활비는 평균 정도의 소득을 얻는 일반 근로자가 20~30년 이상 직장을 성실히 다니면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잘 준비해둘 경우 불가능한 목표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하여 그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개인별로 소득 및 자산 차이를 고려하여 자신만의 현실적인 재무 목표를 세운 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통해 이를 달성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