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이너 극단적 선택
업무과다·상사폭언 등 원인
얼마 전 현대자동차 소속의 한 디자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추모 행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현대자동차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이 ‘불매운동 부탁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현대 마크에 빨간 줄을 그은 이미지를 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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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건은 지난 2020년 발생했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던 故 이찬희 씨는 업무 과다와 상사의 폭언 등을 원인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해당 직원은 ‘투싼’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던 직원으로 팀장급인 책임연구원으로 승진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차 발표를 8일 앞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죠.
故 이찬희 씨는 10살과 7살의 두 자녀를 둔 아버지로 디자인 팀에서 근무하며 많은 성과를 만들어 온 실력 있는 직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밤낮으로 과로에 시달렸고 심지어는 휴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만 했죠.
이 씨의 아내는 생전 남편이 집에만 오면 회사 얘기밖에 안 했고 남편과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봐도 거의 다 일 때문에 집에 못 온다는 내용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남편이)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 죽어라 일만 하다가 죽었다고 써달라는 거다. 큰 애가 그 얘기를 듣고 막 엄청 울었다. 아빠 회사 가지 말라고”라고 덧붙였죠.
결정적인 사건은 2020년 1월 터졌습니다. 故 이 씨는 센터장실을 찾아가 면담을 하더니 새벽에 야근하던 동료들 앞에서 “이찬희입니다. 제가 부족한 게 많습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갑자기 크게 소리를 쳤죠.
그의 돌발행동에 동료 직원들은 충격을 받고 이 씨에 대해 걱정을 했습니다. 그 후 이찬희 씨는 정신과에서 조울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뒤 6개월간 휴직했죠. 그러나 복직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는 더욱 심한 불안에 시달렸고, 급기야 가정 폭력까지 휘둘렀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복직을 한 달 앞둔 2020년 9월 이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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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 씨의 안타까운 선택이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상에는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같은 회사나 하청업체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다른 직원들 역시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원래 힘들기로 유명하다며 과거에도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이 있었다고 전했죠.
현대차 측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고 이찬희 씨의 사망에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회사의 조직문화나 시스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일축했죠.
디자인센터장 역시 답변서를 통해 “직원들에게 적대적 언사를 한 적이 없고, 리더로서 고충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폭언 사실을 부인했는데요. 이 디자인센터장은 지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