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 들어온 MBTI
취업시장에서도 MBTI 필요해
자기소개서에 MBTI 기입하라 요구
MBTI 과몰입 주의 필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가 개발한 성격유형검사 MBTI. 여러 문항을 통해서 개인이 외향, 내향, 감각, 직관, 사고, 감정, 판단, 인식 등 4가지 선호지표 중 어떤 특성을 선호하는지 파악하여 분류하는 검사입니다. 최근 MBTI가 2030세대들에게 빠르게 퍼지면서 이제는 기업 채용 과정에서도 MBTI 검사 결과를 묻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MBTI를 속인다는 취준생들. 어떤 내용일까요?
최근 취업 준비생인 A 씨는 한 기업의 면접에 참여했다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면접관이 MBTI 검사 결과를 질문한 건데요. 면접에서 탈락한 A 씨는 “혹시 MBTI 탓에 떨어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종합식품회사인 아워홈 역시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로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문항을 넣기도 했습니다.
일부 마케팅 회사에서는 채용 공고의 우대사항에 ‘MBTI가 ‘E’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MBTI가 기업 채용 공고뿐 아니라 자기소개서와 면접 질문에도 등장하자 일부 취준생들은 MBTI 검사 결과가 지원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남기고 있습니다. 한 취준생은 “기업들은 참고용이라고 하지만 결과에 영향을 줄까 봐 신경이 쓰인다”라고 전했죠.
자기소개서에 MBTI 유형을 소개하라는 문항을 넣었던 아워홈의 관계자는 “MZ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문항이다”라며 “단순 참고적 요소지,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인적성 시험, 면접 등과 함께 지원자 파악에 활용하는 자료”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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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지나가는 성격 테스트 개념을 넘어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MBTI 관련된 콘텐츠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MBTI를 맞추도록 하는 게 유행이었는데요.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도 ‘MBTI 유형별 궁합’, ‘MBTI 유형별 회사 생활’ 등과 같은 게시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죠.
MBTI 검사 결과에 과몰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MBTI를 속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자신을 MBTI 광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첫 만남에서 MBTI를 물어보는 것을 자제한다”라고 전했는데요. 그는 “어느 순간 T 유형인 사람을 만나면 내 말에 공감을 못 해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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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00명 중 75.2%가 MBTI를 신뢰하고, 80.6%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답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지금, 심리검사를 통한 정체성의 확인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며 젊은이들이 사주나 점보단 조금이라도 과학적으로 보이는 MBTI에 의존해 불안을 잠재우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MBTI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MBTI는 칼 융의 이론만을 근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데요. 게다가 대부분이 온라인 무료 검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MBTI에 대해 한 상담 센터 관계자는 “좋은 놀잇거리 그 이상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