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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an 04. 2021

경제적으로 데이트하자고 만든 통장 때문에 벌어진 일

알뜰한 경제생활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가기 위한 여행 자금 통장, 혹시 모를 경조사에 대비한 경조사 비상금 통장, 이외에 생활비 사용에 필요한 주거래통장 등 다양한 통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연인 간 경제를 공유하고 알뜰한 데이트를 위해 많이 개설했던 ‘데이트 통장’도 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지금은 모두가 말리고 있다. 데이트 통장 개설을 말리는 이유, 함께 알아보자.


데이트 비용 분담의 불균형

덮어놓고 쓰다 보면 얼마나 썼는지 모를 때가 있다. 얼마 안 쓴 것 같은데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난 경우도 많다. 흔히 겪는 일이지만 이런 일은 연인과 데이트할 때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보통 연인 간의 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는 즉흥적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런 즉흥적인 소비는 연인 둘 중 한 명이 집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과거엔 여성의 경제활동이 제한적이었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상당했기 때문에 데이트 비용은 남성이 더 많이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의 데이트 비용 지출도 상당히 많아졌지만, 아직도 남성이 더 많이 낸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실제로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작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녀 데이트 비용 분담 비율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부담하는 경우는 70%가 넘는 수준이었고, 반반씩 내거나 여성이 더 많이 내는 경우는 17% 수준이었다. 이처럼 데이트 비용을 부담에서 불균형을 이루다 보니 연인 간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미혼 남성 10명 중 8명이 데이트 비용 때문에 연인과 싸운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각과 다른 데이트 통장

이런 문제에 직면한 연인들을 중심으로 한때 ‘데이트 통장’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데이트에 필요한 비용을 산출하고 일정 수준의 돈을 한 통장에 모아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계획적인 소비는 물론 한 명에게 집중되는 부담도 완화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전후로 데이트 통장이 크게 유행했고, 지금도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고 있는 연인들은 많다.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면 계산할 때 ‘내가 내야 하나?’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돈 얘기를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데이트 통장을 이용했다는 상당수 연인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연인이 데이트 통장을 만들 땐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고 보면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 전보다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데이트 통장을 사용해봤던 A 씨는 “데이트 통장에 들어간 돈은 내 주머니에서 떠난 돈이고, 내 돈이라는 생각보단 공금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사용하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라고 말했다.



이별 부르는 데이트 통장

데이트 통장이 단순히 원래 생각했던 이점이 없다는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트 통장으로 인해 연인과의 불화가 생기고 이별로 이어지기도 한 사례도 많다. 우선 데이트 통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남자친구로부터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는 얘기를 들은 B 씨는 “‘데이트할 때 쓰는 돈이 아깝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남자친구가 ‘정이 없고 계산적이다’라는 생각도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데이트 통장에 입금하는 문제로도 많은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정해진 날에 데이트 비용을 입금하지 않는 경우 통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입금 독촉을 하게 되고, 독촉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연인과 헤어졌다는 C 씨는 “기억력이 안 좋아서 까먹은 적도 있었고, 돈이 없어서 입금을 못 한 적도 있었는데, 이럴 때마다 ‘데이트하기 싫으냐’라고 물어보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았다”라며 입금 독촉이 싸움으로 이어진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데이트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트 비용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상당히 많았다. D 씨의 경우 “급하게 공과금을 내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 데이트 통장에서 빼서 낸 적이 있다”라며 “돈이 생기면 바로 채워 넣으려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먼저 이를 알아채고 크게 싸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통장 자체보다 사람이 중요

이처럼 많은 연인이 데이트 통장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최근에는 “데이트 통장 만들지 말아라”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특히 요즘에는 대포통장 방지 때문에 자유입출금 계좌 개설이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데이트 통장 개설을 말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데이트 통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결혼할 사람을 찾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5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E 씨는 “데이트 통장을 통해서 상대방과의 경제 공동체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라며 “상대방의 씀씀이나 경제관념을 엿볼 수 있었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데이트 통장이 유용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는 사람 때문이지 통장은 잘못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데이트 통장으로 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소소한 데이트 비용 결제를 위한 것보단 여행이나 기념일 등 큰돈이 필요할 때 사용할 비상금 명목으로 전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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