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의 시기가 다가왔다. 회사원들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노력한 대가를 인정받는 순간이며, 직장인으로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마다 이 시기가 되면 연봉이 얼마나 오를까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2년째 연봉협상조차 못한 직장인이 있다. 입사 후 2년이 지나고 3년 차를 맞이하기 직전까지 연봉 인상이 없었던 이유, 함께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구직시장을 살펴보면 독특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구직자들은 취업난에 힘들어하는데, 회사들은 구인난에 빠져있다. 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직원을 못 뽑는 회사도 많다. 이런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회사들의 급여 및 근무환경 차이에서 발생한다.
상당수 구직자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대체적으로 높은 급여를 제공하거나 상당히 훌륭한 복지 조건을 자랑하는 회사들이다. 지난해 10월 잡코리아에서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은 첫 월급으로는 평균 246만 9,000원 정도를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후 246만 원의 월급을 받기 위해선 연봉을 3,100만 원 이상 받아야 가능하다.
취준생들은 초임 연봉으로 평균적으로 3,000만 원 정도는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은 신입사원의 연봉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하기 부담스러워한다. 자연스럽게 초임 연봉이 낮을 수밖에 없어지고 취업 준비생들은 연봉을 많이 주는 기업으로 취직하기만을 희망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현재의 구직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취준생들이 희망하는 회사는 어떤 회사들일까? 모두 다 알겠지만 대기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기준 대기업의 초임 연봉은 4,000만 원을 넘는 수준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2,000만 원 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기업 154개와 중소기업 24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초임 연봉은 평균 4,060만 원 수준이었으며 중소기업은 2,730만 원 정도에 형성돼 있었다. 게다가 매년 대기업의 초임 연봉 상승 폭이 중소기업의 초임 연봉 상승폭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더 커져가고 있다.
취준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연봉 차이만 1,2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00만 원이다. 매달 100만 원의 차이는 상당히 큰 차이다. 취준생들의 대기업 취업 희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게다가 매년 연봉 상승 역시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외에 다양한 복지나 근무 환경도 대기업이 좋다 보니 대기업으로만 기우는 현상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청년내일채움 공제’이다. 청년내일채움 공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신입사원들의 급여 차이를 줄이고자 정부 지원금을 투입하는 제도인데, 신입사원이 2년간 30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회사에서 일정 수준의 지원금으로 1,600만 원 상당의 목돈을 마련해 주는 제도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지원금이 다소 줄면서 목돈을 1,200만 원 밖에 받지 못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작년 기준 신입사원이 매달 12만 5,000원의 돈을 2년간 300만 원을 모으면 정부에서 900만 원, 회사에서 400만 원을 지원해 줬다. 물론 청년내일채움 공제에 가입하기 위한 직원의 조건과 회사의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매년 가입자가 몰려 지원금을 모두 소진할 만큼 인기가 많은 제도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금을 활용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는 금전적인 이득을 챙겨주니 모두에게 좋은 제도라는 평가였다. 다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2년의 공제 기간이 지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누리꾼의 사연은 청년내일채움 공제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연봉협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A 씨의 사연이 화제가 된 것이다. 그는 2년 전 청년내일채움 공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연봉 2,700만 원을 받기로 하면서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A 씨는 중소기업치고 그렇게 나쁜 수준의 급여는 아니었고, 청년내일채움 공제까지 있다면 더욱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회사를 다니려 했다. 하지만 계약서 작성 당시부터 다소 이상함을 느꼈다. 회사에서는 “연봉 2,700에 2년간 청년내일채움 공제로 1,3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니 연봉은 사실상 3,350만 원 수준이다. 2,700만 원이라는 연봉이 많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말아라. 2년 뒤에 연봉을 올려주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A 씨는 다소 이상했지만 ‘어쨌든 33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은 맞다’라고 생각해서 계약서에 서명하게 됐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한 말 때문에 2년간은 연봉협상이나 연봉 인상이 없었다. 하지만 청년내일채움 공제가 끝난 현재까지도 회사에서는 연봉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A 씨의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회사의 태도에 ‘제도를 악용한다’는 반응이었다.
한 누리꾼은 “입사하면서 청년내일채움 공제에 가입하는 경우 회사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도 나라에서 대신 내주는 것인데, 자신들이 월급을 주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어이없다”라며 회사에 따져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대기업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초년생들 돈 더 주자고 만든 제도인데, 그 지원금 더 받는다고 연봉 안 올려 주는 것이면 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냐”라며 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장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