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첫 월급과 같이 처음이라는 단어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있어 처음은 기념을 넘어 최고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내가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최고의 자동차’를 구매해 빚더미에 앉은 신입사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첫 자동차부터 단추를 잘 못 끼운 신입사원의 사연은 무엇일까?
과거 수입차는 부자들만 타고 다니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길에서 흔히 수입차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수입차의 구매 장벽이 낮아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의 수입차 사랑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2030세대의 비중이 30%를 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2030세대가 수입차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다양한 할인과 할부 프로그램 때문이다. 요즘은 수입차를 구매할 때 차량 가격의 일부를 선납입하고 남은 금액을 할부로 돌려 납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극단적으로 60개월 풀할부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할부 프로그램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은 차를 무리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A가 BMW를 전액 할부로 구매하여 큰코다친 사례이다. A는 BMW를 구매하면서 할부금, 보험료 등으로 월마다 월급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됐다. 신용대출을 비롯해 현금서비스까지 이용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했다. A는 “아직도 2000만원가량 빚이 남아있다”며 “BMW를 구매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A가 감당했을 할부금과 유지비에 대해 대략적으로 짐작해보기 위해 BMW 3시리즈를 예시로 든다. BMW의 베스트 셀러 320d GT 2.0의 기본 가격은 5640만원이다. 2020년 7월 기준 파이낸스 할인(1156만원) 적용시 4484만원이다. 36개월 할부 3% 금리를 적용해도 월 할부금은 130만원에 달한다. 취득세 305만원은 별도다.
사회초년생은 대부분 20대다. 첫 보험인 경우 사회초년생은 때문에 연간 200~300만원 사이에 보험료가 책정된다. 따라서 240만원의 보험료가 산정되었다고 가정하면 월 보험료는 20만원이다. 자동차세는 BMW 320d 2.0 기준 연 52만원 수준이다. 월 4만3천원으로 할부금 포함시 월 납입액은 여기까지 154만 3천원이다.
자동차는 관상용이 아니다. 샀으면 타야한다. 타는데는 기름이 든다. 그나마 디젤이라 저렴한 편이다. 월 1000km 운행에 공인연비 14.3km/L를 적용시 한달 유류비는 약 9만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행환경, 운전자의 습관, 주유비 등락에 따라 해당 금액은 오차가 있음을 감안해야한다. 종합자산관리 앱 '뱅큐'는 직장인의 월 평균 주유비를 12만원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월 지출액은 약 163만원~166만원으로 예상된다. 사회초년생의 평균 실수령금은 198만원이다.
사회초년생은 차 값과 유지비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동차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월급과 자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초년생에게 4천만원이 넘어가는 차량을 적합하지 않다. 할부금과 유지비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시세가 1000~3000만원 초반 사이에 위치해 있는 차량이 적합하다.
1천만원 대 대표적인 차량으로 경차인 모닝과 스파크를 들 수 있다. 경차는 취득세 면제, 공영 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 2천만원 대 차량으로는 아반떼와 K3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차량들의 가격은 1천만원 후반대에서 2천만원 초반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옵션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1천만원대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수입차의 비용을 감당한다 해도 사고가 날 경우 비싼 수리비를 책임져야 한다. 실제로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수리비가 2.6배 비싸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의 부품 재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수리비가 5배 이상 드는 경우도 많다”며 “사회초년생의 경제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