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서 경제권을 누가 갖는지는 언제나 뜨거운 토론 주제이다.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면서 가장 첨예한 대립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권은 여자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부부도 많다. 부부의 경제권과 관련해 최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제권을 쥐어본 적 없는 아내의 한이 담긴 사연,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 괜찮은 중견기업에 다니다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 A 씨는 최근 큰 고민이 생겼다. 남편 B 씨와 결혼한 지는 올해로 5년 차가 됐지만, 남편이 경제권을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B 씨는 자신의 연봉을 공개한 적이 없으며 아내 A 씨에게 신용카드 한 장을 주면서 이 카드로 생활비에 쓰라고만 말했다.
A 씨는 “남편의 벌이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남편이 사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신의 카드로 사라고 했기에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라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근데 남편 카드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라고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A 씨가 말하는 불편함은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를 만나 밥이나 커피를 한잔 먹더라도 현금이 없으니 더치페이하기도 곤란한 적이 많았고, 길거리를 다니다 포장마차에서 어묵 하나 사 먹으려 해도 카드밖에 없으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남편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요즘 카드 하나 있으면 다 살 수 있고, 나눠서 결제하면 더치페이도 가능한데 현금이 왜 필요하냐”라는 대답으로 A 씨의 불만을 일축했다.
A 씨는 이런 사소한 일이 아니더라도 친구의 결혼이나 지인의 장례식을 급하게 가야 할 때가 되면 현금이 없어서 난처한 적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씨는 “그나마 있는 현금 조금 가지고 경조사에 참석하거나 진짜 급한 경우 친정 엄마에게 빌린 적도 있다”라며 “내가 느끼는 불편함도 있지만 친정 엄마에게도 너무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남편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도 있었다. 카드로 결제를 할 때마다 남편에게 결제 알림 문자가 발송되는데, 실시간으로 어디서 무얼 샀는지 남편에게 전부 알려지니 24시간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A 씨는 “물론 남편이 사고 싶은 것 필요한 것 있으면 마음대로 사라고 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며 “경제권을 가지고 오고 싶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편 B 씨는 절대 경제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젊은 시절부터 펀드나 주식 등의 재테크를 통해 자산 관리를 해온 만큼 본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현금을 주지 않고 카드만 주는 것 역시 신용카드 공제와 카드 마일리를 모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누리꾼들은 A 씨의 사연을 보고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아직 자녀가 크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자녀가 초등학생 이상 되면 용돈을 줘야 해서 현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자연스럽게 경제권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 중에는 “경제권까진 아니라도 현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상당수 누리꾼은 “신용카드라면 카드와 연결된 계좌에서 현금 인출 할 수 있으니 현금 인출 해보고 그게 안 되면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씨의 불편함에 공감하는 많은 누리꾼은 남편 B 씨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냈다. “자기가 돈 번다고 생색내는 것인가?” “아내가 어디서 뭐 하는지 뭘 사는지 하나하나 다 감시하려는 강박증 아니냐” 등의 비판도 있었다.
특히 A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한 누리꾼은 “남편이 현금을 전혀 안 주려고 하고 카드 내역 나올 때마다 잔소리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졌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주식 한다고 돈을 다 날려서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상황이었더라”라며 “부부 사이에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니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드만 받아 쓰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 남편의 수입이 많은 편이라면 남편 말대로 부담 갖지 말고 카드를 쓰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남편이 그러라고 했으니 굳이 눈치 보지 말고 카드를 쓰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라며 “다만 어떻게든 현금 여유분을 받아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한 누리꾼은 “돈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다”라며 지금 순간을 즐기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요즘 돈 관리 하려고 보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공과금을 비롯해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모르는 수많은 자동이체, 생활비, 용돈, 경조사비 등등 이렇게 머리 아프고 귀찮은 일을 남편이 다 해준다는데 오히려 ‘땡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부의 경제권 다툼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A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주부도 많을 것이고, 반대로 용돈이 너무 적어서 고민인 남편들도 많을 것이다. 저마다의 성격이 모두 다르고 부부간의 조합도 전부 다르니 어떤 방법이 절대적인 ‘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사연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어떻게 돈 관리를 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