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아들이랑 귀찮아 엄마 2
8. 더러워도 괜찮아
"흐억!
이거 다 지우개 가루니?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엄마 보여주려고 놔둔 거지? 이러다 서울대 진짜 가겠는걸."
청소기를 들고 청소하러 아들 방에 들어갔다가 시커먼 가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바닥에는 지우개 가루가 의자를 구르는 바퀴에 깔려 바닥에 껌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달라붙어 검댕이가 된 가루들과 솜털 같은 먼지들에 놀라 나도 모르게 "흐억"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던 것이었다.
침대 밑은 더 가관이었다.
청소기계의 명품이라는 이슨이가 급기야 먼지를 먹다가 멈추고야 말았다.
"아들 큰 일 났어.
이거 유명한 청소기 이슨인거 알지? 청소기의 명품 말이야.
얘가 네 방을 청소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멈췄어. 보이콧하네.
먼지가 너무 많다고. 어떡하지?"
아닌 게 아니라 청소기를 뒤집어 보니 앞머리 쪽에 먼지가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먼지를 면봉으로 꼼꼼히 빼내야 했다.
"너 여기서 잔 거야? 침대 밑에 먼지가 이렇게 많은데?"
"엄마, 난 바닥이 아니라 침대 위에서 자서 문제없어."
"이 먼지 구덩이 위에서 잔 건데?"
"응, 바닥에서 잔 게 아니잖아."
"네가 여기다 먼지 던졌지?"
"아냐.. 나 아냐."
침대 위에서 책 보면서 싱글싱글 대답하는 게 제 방청 소해 주는 게 영 싫지는 않은 듯했다. 청소기를 밀려다가 되려 멈춰버린 청소기 본체를 청소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아마 본인이 봐도 심각한 청소상태였으리라. 바닥에 떨어진 샤프심이 긴 선을 바닥 여기저기 그어놓기까지 했다. 이런 낙서 자국은 지우개로 지운 후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최근 저보고 알아서 청소기를 돌리게 했더니 책상 위며 방에 먼지가 뒹굴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J야, 침대 아래 봐 볼래? 한 번만 봐. 너 자꾸 이렇게 여기에다 먼지 던지면 엄마 이 상태로 놓고 이 방 나간다."
"헉, 안돼. 엄마. 바닥 이래 놓고 나가면 나 바닥에 어떻게 내려가?"
청소기가 멈추는 바람에 바닥은 침대 밑에서 나온 머리카락이며 먼지며 부스러기로 엉망진창이었다.
"밑에 봐 엄청 더럽지? 청소 깨끗하게 해야 해. 이거 다 네 코에 들어가는 거야. 너 말 안 듣고 자꾸 그럼 엄마 안 나가고 여기 계속 있는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 근데 나랑 더 얘기하자. 재밌어."
"너 책 읽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아냐, 나 거의 다 읽었어. 엄마랑 얘기하는 게 재밌어서 그러지."
청소기가 다시 작동되고 물티슈까지 동원된 후 바닥이 대충 정리되었다.
어떤 날은 뒤집어놓은 새까만 양말도 내 새끼라 이쁘고 온 몸에서 훅 풍기는 땀냄새조차도 이쁘다. 나의 아이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이어도 사실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내 아이가 좀 부스스하다고 머리 좀 안 감았다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는 없다. 좀 더 청결한 습관을 갖기를 바라고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아이가 사흘을 씻지 않아도 고슴도치 엄마 눈에는 같은 아이일 뿐이다. 남들 눈에는 그렇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바깥 외출 시 어디든 따라가려고 하고 자꾸 나가자고 하고 약속이라도 있어 나가면 엄마 일찍 오라며 수시로 전화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엄마 늦게 오라고 한다. 보고 싶은 티비도 실컷보고 유튜브, 웹툰도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엄마 눈치 안 보고 하고 뒹굴거리는 자유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엄마들이 아이들과 남편 모두 없는 날 자유 부인하듯이 아이들도 엄마 없는 자유를 만끽하며 노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랑 나가서 노는 시간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 뽀로로같이 노는 걸 좋아하는 엄마인 나도 아이와 같이 논다고 생각하고 나갔다. 하지만 늘 체력이 부족해 아이보다 두 배는 더 힘든 표정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그 시절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였다.
청소를 잘 안 해도 씻는 것을 게을리해도 잘 나가지 않으려 해도 부모에게는 존재만으로도 눈부신 아이들이다. 앞으로 다가올,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갈 아이를 위해 오늘도 함께 즐거운 날을 보내도록 해야겠다. 늘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기 위한 마음의 수양은 내 몫이겠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빛나는 것 처럼... '
-우크라이나의 교육 석학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누군가 가장 못나고 미운 모습일 때 사랑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 한다. 수수꽃다리보다 환한 웃음을 지닌 아들을 늘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