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럴듯하게 잘 포장된 사람 같았다.
외향적으로 보였고
의견을 잘 내는 사람으로 보였고
옷차림이나 화장도 조금 신경 썼고
활달한 듯 보인다 했다.
잘 웃는 것처럼 보였고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다.
내 뿌리가 흔들려 매일 생과 사를 고민하는 그 시점에도
나는 리본까지 달린 잘 포장된 상자 같았다.
그 상자가 텅 비어있는 건 나 자신만 알 뿐.
아킬레스 같은 모서리만 툭 건드려도
사정없이 구겨지기 쉬운
보기에만 번듯한
나는 잘 포장된 사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