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by 서로소

그녀는 흡사 자신이 목사님이 되어 설교하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너고 네가 나인 거라고.

???

너와 내가 구분이 없으니 돕는 거라고 그녀는 내게 본인이 뭐라도 된 듯이 충고인지 모를 설교를 하였다. 동생네 일 때문에 골치 아파 얘기를 꺼내었더니 저렇게 얘기하며 펄쩍 뛰던 그녀. 나는 교회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했다. 그녀는 아니라고 잡아뗐으나 학창 시절부터 늘 교회로 데려가 전도하지 못해 안달 난 그녀였다. 그녀가 한 말은, 나도 아는 그 목사라는 이에게 그전에 들었던 터여서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고 그가 누군지도 훤히 아는 터였다. (그 목사라는 이는 학원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어 고급차를 몰고 대형 아파트에서 돈을 펑펑 쓰며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웠다. 때문에 나는 그 목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세상이면 그녀는 왜 나의 동생을 몸소 돕고 구원하지 않는가. 뻔히 아는 사이인데 그녀는 왜 벽을 세우고 나와 너를 구분 지으면서 친구인 내게는 그리 살라고 강요하는가. 참으로 내로남불이었다. 본인이 몸소 실천해 보이지 않고 말이다. 그녀는 평소 자신을 위해 턱턱 비싼 물건도 잘 사들이고 아파트까지 사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았던가. 평소 자선과 기부, 봉사를 하는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입으로만 설교를 해대는 그녀를 면전에서 비난해대고 싶었지만 참았다.

심하다 싶었는지 사과한다고 온 문자에는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말을 한 거 사과한다 했다. 마음상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마음 풀라고 했지만 나는 그녀가 사과다운 사과를 하지 않았기에 더 화가 나고 마음이 상했다.


사과를 하려면, 본인이 잘못했다고 느껴져서 사과를 하려고 하는 거라면 심플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편이 훨씬 낫다. 상대방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충분히 사과해야 앙금이 남지 않는다. 마지못해 하는 사과는 상대방에게도 그 마음이 느껴지며 자신의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거나 핑계를 대는 듯한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내가 받은 사과 중 최악의 사과들이 그랬다.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

???

이걸 과연 사과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정말 본인의 입장만을 고려한 해괴한 사과이지 않은가.


때로는 본인 마음 편하고자 하는 사과도 있었다. 상대방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은 게 다 보이는.


사람이 살다 보면 잘못도 하고 말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다. 정말 상대방의 상황이나 형편을 알지 못하고 저지르는 실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경험해 보니 사과는 상대방에게 진심이 전달되도록 충분히 해야 하더라.

친한 지인 중 한 명은 내가 상처 줬군요. 미안해요. 내 생각에 갇혀서.라고 했는데

내가 상처받았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형식적인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된 사과라고 느껴지지 않았고 이미 이래저래 쌓인 게 많았던지라 그 이후 멀어지고야 말았다. 충분한 사과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어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내게 남들 한 번도 못 받는 보험을 받아서 좋겠다는 실언을 농담인 듯 건넸었다. 본인 남편이 보험이 없어서 부러워서 그랬다 변명했지만 마음이 지치고 약해졌던 당시의 나에게 정말 크나큰 생채기를 남기고 말았다. 사람 그 자체가 싫어지게 만들었던 사건중 하나였다.


다른 한 명의 사과는 달랐다. 자기가 실수했다며 매우 매우 미안해하는 게 보였고 정말 진심으로 사과해서 내가 만류할 정도였다. 그 이후 만났을 때도 그녀는 또 한 번 미안하다고 팔짱까지 끼며 말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진심에 서운하던 마음을 다 털어내었는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상했었는지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녀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니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었고 그녀와 오래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로부터 나는 '사과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제대로 된 사과의 방법을 배웠다.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다.

사과는 내 마음 말고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면서 하는 것이다.

과연 상대방의 마음은 어떤 색깔이었나...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사과는 상한 마음을 도려내어준다. 애정하는 이가 토라지고 마음 상하면 가슴 아픈 사람이 누구겠는가. 사과의 바탕은 결국 애정이다. 돌아서서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도, 사과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도 상대방을 아끼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과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그 속에서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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