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는 늘 정제되어 있었다. 필터로 너무 많이 걸러져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고 감정적이기보다 감성만 있는.
마음속 덜 걸러진 글도 쓰고 감정적이기도 했어야 했는데 글쓰기를 시작하고 그 문을 여는데 십 년이 걸렸다.
남들은 초반에 하던 걸 이제야 하고 있다. 얼마나 내 안에 많은 것들이 나를 막고 있었는지.
시를 쓰다가 깨달았다. 겉핥기 같은 나의 시.
본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나의 과도한 이성과 통제.
쓰다가 막히는 지점이 늘 있었다. 더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는데. 선과 악을 다 가지고 회색지대에 있을 수도 있는데.
인간에 대한 과도한 기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완벽한 사람은 누구도 없는데. 나조차도 그럴진대.
이효리 남편 이상순 님이 그랬단다. 사람 만나러 갈 때 이상한 사람일 거다 생각하고 가라고. 어쩌면 그 말이 맞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이상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면 음, 괜찮네. 생각하면 좋으니까.
진짜 글쓰기는 나다운 나를 찾는 걸음마 같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는 여정.
글 쓰며 때로는 울고 웃는다. 어린 시절의 잔잔한 기억에 미소 지을 때도 있다. 그렇게 미웠던 엄마와도 가끔 한 번은 좋았던 기억이 나며 그 기억이 쑤욱 가슴을 찌른다. 가족이란 뭘까. 이렇게 찌르는 기억까지 가져가야 하는 가슴의 돌. 글을 쓰고 나면 분명 미웠는데 미안한 감정이 동시에 올라온다.
메마른 땅에 물을 뿌리듯 글을 쓰고 또 쓰다 보니 땅이 촉촉해지고 이제야 봄이 오는 듯하다. 미움도 원망도 모두 땅에 묻고 물을 뿌리고 올라오는 다른 삶의 힘듦과 무게도 땅에 또 묻고. 그러다 나의 땅에도 장미 같은 예쁜 꽃은 아니어도 작은 들꽃들이 피어나는 것 같다.
내 안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있었구나. 나의 화원, 나의 정원.
이제 병든 씨앗은 골라내고 좋은 씨앗으로 가꾸어질 나의 정원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