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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째붕이 Mar 26. 2024

철 모르는 나를 위한 냉이와 달래

생이 제철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어릴 땐 꼭 저처럼 때를 거스른 것에만 마음이 가다가 생이 제철에서 밀려나고 있는 지금에서야 겨우 제철 귀한 줄 알게 되어 요즘은 순리대로 나온 녀석들에 마음이 간다. 가끔은 그 마음이 과해 기껏해야 두세 달 짧은 기간 동안에만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애타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3월에는 냉이와 달래를 향한 내 마음이 그렇게 과하다. 행여 시들까 장바구니에 더 담지 못하고 그 앞에서 한참을 발을 떼지 못하다 망설이고 또 되돌아선다. 그 모습이 스스로도 과해 꼴사납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또 나 보기가 딸 같은 마음이 들어, 그래 그렇게 볼 수 있을 때 실컷 보고 만날 수 있는 때 맘껏 만나고 즐길 수 있을 때 한껏 즐겨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다 약간은 굽은 듯한 내 어깨를 바라보며, 어느 면에서는 반드시 제철인 나의 인생을 다독거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봄의 달래가 가면 여름에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고 늦여름엔 무화과가 나고 겨울엔 달큰한 무가 자라고, 제철 없는 계절이 없듯이 나의 절기에도 반드시 무언가는 열매를 맺는다. 이맘 때는 특히 내가 차분함이 제철이라 이렇게 요리도 한다. 그러니 앞서 생이 제철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말은 얼마나 철 모르는 소리인지.




냉이로 된장국도 만들어먹고 무침도 해 먹고 페스토도 해 먹었다. 달래는 간장으로 만들어 무나물이랑 밥에 비벼먹고 두부침에도 올려먹고 강된장으로 만들어 따끈한 밥에도 비벼 먹고 따끈한 오트밀에도 비벼먹고 양배추쌈도 싸 먹고 잔치 잔치.


첨언하자면.. 냉이페스토가 향긋한 것이 눈물 찔끔하게 맛있었는데, 어마무시한 몸값에 도난방지태그까지 붙어있던 “잣”을 큰맘 먹고 양껏 넣었더니. 역시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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