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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May 20. 2015

가족의 재발견

동우와 동율. 동동형제의 엄마로 살아가기.

나는 엄마다. 그것도 아들 둘을 둔 엄마. 혹자는 애교 많은 딸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조언하지만, 다행히 우리집 첫째는 딸부럽지 않게 애교가 많다. 조금 더 커서 남자만의 세계를 운운하며 서먹하게 군다면... 글쎄, 그건 그때 고민할 일이다.

아무튼 놀기를 하도 좋아해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놀보라는 별명을 얻어 온 첫째는, 깨어 있는 동안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댄다. 덕분에 몸에 군살이라곤 없는 안쓰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반면 둘째는 130일도 채 안되었지만 7개월정도 되지 않았냐는 오해를 받을만큼 통실하다. 남편인 강군은, 조금 지나면 둘째가 첫째보다 더 커버리는 건 아닌가 괜스레 첫째가 안쓰럽다 한다. 스스로도 마르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라 더 그런 진 모르겠지만. 


강군과 나는 올해로 결혼 6년차에 접어들었다. 7년이 넘는 연애기간 후에 한 결혼이니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 자신하며 결혼을 했다. 때로는 너무 안다는 생각에 '가족끼리 왜 이래'를 실천하며 말이다. 후훗.

하지만 꼭 드라마가 아니어도 우리 두 사람 인생에도 크고 작은 반전은 있었다. 강군에게 이런면이!하고 놀라게 될 때가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은 일종의 진화였던 것 같다. 연인이 아닌 가족으로 불리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진화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거다.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 각자의 동선을 나누고 최적화했으며, 혼자 살며 익혀온 오랜 생활 습관들을 하나 둘 정리해 나갔다. 그러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남보다 강하다 믿었던 그에게도 은근 협조적(?)인 면이 많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아이 하나가 태어났을 땐 우리 둘 다 한 아이의 부모로 진화를 했고, 아이가 둘이 되었을 땐 두 아이의 부모로 진화를 했다. 물론 진행형이지만 말이다. 잠,주말, 식사 등의 개념은 바뀐지는 오래고, 요즘은 내가 하기 힘든 건 조금 부족해도 다른 사람 손에!라는 기치 아래 살고 있다. 대강!편하게! 살자 주의로, 반찬은 두부 달걀로 도돌이표를 찍거나 이따금 배달을 시킨다. 둘째가 조금 더 자라기 전까진 계속 그러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진화를 거듭해도 물리적인 양육은 부족한 것 투성이고, 그럼에도 잘 자라주는 것 같은 아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부부에겐 다행히, 아이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영재였으면 하고 바라본 적도 없고, 영어나 한글을 빨리 가르쳐보자 한 적도 없다. 물론 아이가 먼저 배우길 원한다면 굳이 막을 생각은 없지만, 내가 나서서 가르칠 마음은 없다. 다만 한가지 욕심내는 부분이 있다면, TV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것.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조언을 구할 곳이 없을 때, 책이 도움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나와 강군에게 그러했 듯이.

이런 이유로, 우리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사주는 편이다. 글이 없어도 좋고, 두꺼워도, 얇아도 좋다. 그렇다고 전집을 사서 전시해 주지는 않는다. 아직은 부모와 같이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같이 읽기 적당한 책인가를 살펴 그때그때 조금씩 구입해 준다. 서점에 갈 시간이 없어 주로 인터넷으로 책을 사다보니 배송의 번거로움을 줄이려고 한번에 여러 권을 산다. 하지만 책을 한꺼번에 꺼내주지는 않는다.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이면 "아빠, 책 사와."하고 말하는 아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강군이 퇴근길에 사온냥 연기하며 한 권씩 내어 놓는다. 덕분에 현관까지 맨발로 뛰어나가 마중할 만큼, 아빠의 퇴근을 반가워하는 효과가 덤으로 생겼다. 

당장 꺼내주지 않을 나머지 책들은 아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겨놓는데, 우연히 책 몇 권을 발견한 아들녀석이 자꾸 집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니는 통에 숨기는 일이 조금 번거로워졌다. 어제는,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택배 박스를 개봉한 강군이 한숨 섞인 공기반 소리반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정말, 숨길 곳 찾는 것도 일이네. 왜 이런 말도 있잖아. 사랑, 재채기 그리고 큰 책은 숨기기가 힘들다고."

그를 캐스팅하지 않을 뻔 했다.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는 못되겠지만, 앞으로 우리 가족의 육아이야기를 조금씩 연재해나갈 생각이다. 누가 누구를 키우고 있는 지는 생각해 볼 일이지만.

부족하나마 기분 좋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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