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실은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엄마가 되고 더더욱 그랬지.
유쾌한 엄마이고 싶었거든.
엄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 우울해지더라.
그래서 일부러라도 외면했던 것 같아.
엄마는 나에게 상처 같은 거야.
완전히 아물지도 않고 무시할 수도 없는.
생각지도 못한 때에 불쑥 그 상처가 건드려지고 아파. 그리고 덧나.
그래서 내 머릿속에서 엄마를 아주 작은 존재로 만들었어.
혼자는 어려워서 이런저런 책을 읽었지.
수많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종교인들의 책 말이야.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부담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기면 책을 찾아 읽곤 해.
덕분에 엄마는 아주 작은 상처가 되는 듯했어.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를 조금 잊고 지냈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부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요즘 들어 엄마가 내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잘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구나 싶어.
몇 번의 노력을 했었지만 엄마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방치해 놓고 지내왔던 것 같아.
이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엄마를 조금 정리해보려고 해
이 글은 일종의 정리과정이 될 거야.
엄마를 잘 정리해서 넣어두는 과정
그래야 내 삶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
엄마를 비난이나 원망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러기엔 엄마는 너무 작아져있더라.
얼마 전 엄마를 만나고 와서 엄마가 황야의 마녀 같다고 남편에게 말했어.
마녀라는 말에 초점을 두지는 말고.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캐릭터니까.
황야의 마녀가 국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나오거든.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마법이 사라져.
처음엔 힘도 세고 젊은 마녀였다가 마법이 풀릴수록 늙고 초라해지지.
엄마를 보는 순간 딱 그 얼굴이 떠올랐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황야의 마녀가.
엄마, 마녀가 나중에 캐스퍼를 훔치는 욕심을 부리거든.
어쩐지 그 모습마저도 엄마와 닮아 보였다고 하면 조금 서운하려나.
아파하는 와중에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 걸 보고 내심 안심하기도 했어.
아프기 전의 엄마 같아서.
나는 이제부터 엄마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갈 거야.
생각지도 못한 때에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게.
내 머릿속에 아주 단정히 자리 잡을 수 있게.
그래서 더 이상 어지러이 떠돌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