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올 새해에도 마음먹은 게 하나 있다.
너무 (괜찮다고) 그러지만은 않기.
이번 새해 결심의 발단은
친한 언니로부터였다.
나도 모르게 반복했던 행동과 말들을
그날따라 곰곰이 살피더니
너무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해준 어느 날이었다.
너무, 즉 과하게
그러지 말라는 언니의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언니와의 만남을 뒤로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내가 무엇을 어떻게
"그랬던가" 하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여러 가지를 떠올렸다가
결국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 궁금한 게 있어요."
"응? 뭔데?"
갑작스러운 전화보다 더 급작스러웠을
나의 질문에 언니는 의아해했다.
"언니가 전에 나한테 너무 그러지 말라고
그랬던 거 기억해요?
언니의 그 말이 집에 돌아와서 며칠 째
그렇게 맴도는 거예요."
"당연히 기억하지.
실은 일부러 마음먹고 한 말이었는데
그게 너에게 닿았구나!"
이어진 언니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내가 언니에게만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다 괜찮다, 괜찮다고만 하니까
그런 내가 문득 걱정이 되었다 했다.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다른 사람의 무심함에,
무례함에, 실수에 너무 맞춰주지만은
않아도 된다 말해주고 싶었다 했다.
나의 그런 모습에서
예전에 그러했던 자신이 보여서
마음이 무척 쓰였다 했다.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 했다.
그렇게만 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의 배려나 이해를 고마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게 될지 모른다고.
얼마나 애쓴 마음이었을지 모르고
언젠가부터는 당연히 여기게 된다고.
나보다 이 세상을
10년 이상 더 살아온 언니가
내게 불쑥 건네준 마음이었다.
타고난 예민함이 까칠함이지 않길 바라
괜찮다고만 답해왔던 애씀이
언젠가는 불쑥 씁쓸해질 수 있다는 걸
언니의 마음 덕분에 예비하게 되었다.
서늘하고 추운 날들 중에
따뜻해질 수 있었던
고마운 조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