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 Jan 07. 2022

감정을 막지 마세요

보기보다 유능하니까

나는 보통 그렇다.


벅차오르는 눈물, 그다음에 이유를 찾는다.

감정이 늘 이성보다 빠른 탓이다.

터지는 감정을 이성이 애써 따라잡는다.

열심히 분석하기도 한다.


이 눈물은 뭘까

슬픔일까 고마움일까

애틋함일까 그리움일까

소중함일까 연약함일까

행복일까 불안일까


이토록

감정의 이유를 찾으려는 것은

명명할 라벨을 붙이려는 것은


왜 우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준비일 수도 있고

왜 눈물이 나는 거냐는

나의 추궁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늘 감정의 분출 혹은 폭발이

이성의 분석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속도 만이 아니다.

감정의 섬세함은 아무리 갈고닦은 이성도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니까.


행복과 불안 그리고 불행이라는

단어의 낙인, 그 이전에

감정은 무수히도 많은

스펙트럼을 갖는다.


2D도 3D도 아닌

존재하는 지조차 모를

그 이상의 차원에서

무한한 스펙트럼의 형태로

감정은 존재한다.


그래서 차마

1차원적인 단어로는

차마 설명되지 않는 게 당연한

우리네의 감정이다.


그러니 더 이상

감정을 몰아세우지 말자.

감정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도 예리하니까.


당장 이해 되지 않는

감정을 하나로 정의하겠다는

욕심은 그만두자.

절대 설명될 리 없으니까.


그보다는 그저 시간을 주자.

나의 감정이 충분히 피어오를 시간,

그 과정을 스스로 살펴줄 시간,

그리고 소중하다고 여겨줄 시간을.


어쩌면 가습기의 수증기처럼

이내 사라지는 것 같아 보여도

막중한 역할을 고 있을

우리의 감정이니까.


나를 헤칠지도 모르는

건조함과 차가움을

혹은 뜨거움을 달래려고

슬며시 피어올라

주었을지 모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고마운 그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