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꽃을 바라봅니다.
최근에 꽃을 선물한 적이 있나요?
저는 꽃을 자주 선물하는 편입니다. 제가 꽃을 좋아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것만큼 근사한 일이 또 있을까요? 게다가 꽃을 받고 미소 짓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꽃을 주는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꽃은 특별한 날에만 주고받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 때까지는 졸업식과 입학식 날 꽃다발을 받은 게 전부였거든요. 대학생 때는, 21살 성년의 날 때 장미꽃 한아름을 받은 이후로 꽃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꼭 축하할 일이 있어야만 꽃을 선물하는 거구나 생각했었죠.
이런 제 생각을 바꿔줄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대학생 때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제 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는 겁니다.
"지금 학교지? 줄 게 있어. 학교 앞으로 갈게!"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만나자는 친구가 의아했습니다. 그 친구가 사는 곳과 제가 다니는 학교는 거리도 꽤 있었거든요. 저 멀리서 친구가 걸어오는데 손에는 작은 꽃다발이 있었어요. '나 만나고 누구 만나러 가나? 웬 꽃이지?' 생각하고 있는데, 대뜸 그 친구가 저에게 꽃을 내밀었어요. 꽃 선물하고 싶은 친구들 주려고 직접 만들었다고요. 순간, 저는 머리를 한 대 때려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받는 일이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일이구나. 하고요.
그날 느꼈던 제 감정이 오롯이 그 친구에게 전달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당황한 나머지 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직도 아쉬워요. 저는 그날 친구에게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선물 받았어요. 꽃 몇 송이에 친구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꽃이 주는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충격이랄까요. 그 친구를 계기로, 저도 아무 날도 아닌 날 꽃을 선물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꽃은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꽃을 좋아해서 얼마 전부터 꽃을 배우고 있어요. 제 하루를 온전히 꽃 만지는 데에만 쓰고 있죠. 저는 이 날을 "꽃요일"이라고 부릅니다. 코로나 19로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요즘, 꽃요일은 일주일 중에 제일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에요.
꽃을 배우고 나서 꽃을 대하는 제 태도가 변했어요. 꽃을 배우기 전까지는 활짝 핀 꽃만 좋아했거든요. 시들어가는 꽃은 예뻐 보이지도 않고 볼품없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꽃을 보고 있노라면 꽃은 활짝 핀 순간뿐만 아니라 시들어가는 모습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꽃이 메말라간다 싶으면 바로 버렸어요.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꽃을 더 오래 내 곁에 머물게 할까 애쓰게 돼요. 꽃은 관심과 사랑을 줄수록 더 오래 피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꽃이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도록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 물 올림을 해주고, 물도 자주 갈아줘요. 보존제도 쓰고요. 그렇게 하니 2-3일이면 시들었던 꽃이 일주일 이상 그 자리에 예쁘게 피어 있어요. 꽃에 신경 쓰고 마음 준 만큼 보답해주는 것만 같아서, 어떤 날은 꽃이 갸륵하기도 합니다.
꽃은 사치가 아니라 가치다.
친구들에게는 꽃 선물을 자주 했지만, 저를 위해 꽃을 산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날 꽃을 주문하곤 합니다. 꽃이 주는 힘을 믿어요. 집에 꽃 한 송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활력이 생기고, 제 삶이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요즘에는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를 들으며 불을 바라보는 것을 불멍이라고 하던데, 저는 꽃멍을 자주 합니다. 집에 있는 꽃을 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 얼마나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지 느껴보세요.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선물하는 게 얼마나 두근거리는 일인지 알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요? 셀프 꽃 선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다가오는 봄에는, 친구들에게 더 자주 꽃을 내밀 생각입니다.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 꽃을 바라보는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