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2%.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정치적 분기점을 맞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과 동시에 국민 앞에 놓인 이 숫자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12·3 비상계엄’이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곧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뜻하진 않았다. 축배를 들기엔 어딘가 개운치 않은 결과였다.
민주당이 그린 그림은 달랐다. 유시민 작가는 “이재명 후보가 최소 55%는 득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언론과 정치권의 다수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내란 사태,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등 선거 구도는 민주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리했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당선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승리는 했지만 결코 완승은 아니었다. 그 수치가 가진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제22대 총선에서 175석을 확보한 이후 민주당은 수많은 입법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협치는 실종됐고 입법 독주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개정 등 이른바 ‘방탄 법안’마저 통과되면서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국민은 알고 있었다. 윤석열 정권에 분노했지만 민주당의 행태 역시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사이익은 한계가 있었다. 윤석열 정권의 몰락은 민주당에 기회였지만 그것이 곧 민주당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은 ‘윤석열 심판’과 ‘이재명 선택’을 분리해서 판단했다. 민주당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내란 세력을 심판하자’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란 동조세력으로 규정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를 얻었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치면 49.49%.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근소하게 앞선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비상계엄=내란’이라고 여겼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이 표들을 단순히 보수 진영의 지지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전형적인 심판 선거였지만 그 심판은 일방적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을 탄핵한 국민은 동시에 민주당에도 견제의 시선을 보냈다. 이는 독주는 안 된다는 유권자의 분명한 의사 표현이자 민주당에 대한 경고장이다. 이긴 자가 아니라 책임지는 자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은 이제 정치인에게 강한 리더십보다 균형 감각과 절제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합이다. 이겼으니 밀어붙이겠다는 승자의 정치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선택하지 않은 권력이라면 그만큼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대화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력, 시민사회와의 소통, 보수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일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은 여전히 나뉘어 있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국민을 가르는 정치는 한계를 반복하게 만든다. 절반의 민심으로는 나라를 이끌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축하가 아니라 반성이다. 승리의 기세보다 중요한 건 겸손한 출발이다. 그래야만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새 시대를 열 수 있다. 49.42%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국민이 정치에 던진 냉정한 질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사진출처=네이버
#기자수첩 #칼럼 #임춘한기자 #대선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민주노동당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진보 #보수 #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