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남긴 것들] 2. 적대적 언론관

by 임춘한

“언론에 의해서 왜곡이 된다. 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없으면 살아남았겠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1일 유튜브 채널 ‘이재명TV’에서 한 말이다. 정치인과 국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맥락은 달랐다. 그는 “언론들, 왜곡 가짜 정보에 (저는) 옛날에 다 사라지고 가루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이 후보가 언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접 소통은 설득이 아니라 회피가 됐고, 언론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상정됐다.


선거 막판 적대적 언론관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은 이게 언론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자신의 특별한 위치를 악용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경우가 꽤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실제 사례를 조작 왜곡하는 것에 대해선 특별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비판은 자유일 수 있으나 유력 대선 후보가 어떤 보도가 가짜뉴스인지 직접 정하고,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경계를 흔드는 발상이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언론 인터뷰보다 유튜브를 택했다. 직접 제작한 콘텐츠, 질문 없는 메시지 등이 주를 이뤘다. 유튜브를 통한 자기표현은 시대의 흐름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비판을 수용하고 검증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다. 검증 없는 소통은 결국 선전으로 귀결된다. 그가 비판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언론관과 무엇이 다른가를 묻게 만든다.


민주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대선 취재 과정에서 가장 불편했던 순간은 “홍보 좀 잘해주세요”, “언론이 잘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정당의 입장에서야 그런 바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언론은 민주당 홍보팀이 아니다. 언론은 협조 대상이 아니라 감시의 대상이라는 기본을 잊은 듯했다.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나 논란을 질문하면 “의도가 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설명이나 해명이 아니라 싸움으로 대응하려는 태도였다. 진실이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만 판단의 기준이 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실제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최종 선출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에서 기자들의 가방을 수색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 민주당 공보국은 초반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고, 항의가 이어지자 당의 방침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이 프레스석에 와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캠프 대변인은 모르는 일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당일 이 후보는 "저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주신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안전, 회복과 성장, 통합과 행복을 실현하라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현장에는 인권도, 민주주의도 없었다. 오직 의심과 통제, 그리고 침묵만이 있었다.


지난달 민주당의 한 의원은 SNS에 의원총회 내용이 보수언론에 실시간 보도되고 있다며 “도대체 어찌해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휴대전화를 걷어 조사하자”, “수박을 박멸하자” 등 극단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권력 내부 정보가 언론에 전해지는 걸 배신으로 규정하고, 내부 단속을 하겠다는 위험한 인식이다.


권력은 언제나 언론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편한 권력은 있을 수 없다. 비판은 견제이고, 질문은 시민의 권리다. 언론을 배제한 소통은 일방적 메시지 전달에 불과하고, 질문을 회피한 권력은 진실을 잃는다. 민주당은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순간 스스로의 정당성만 추락할 뿐이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사진출처=이재명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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