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 사람'만을 위한 경찰 정년 연장

by 임춘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 보장을 위해 정년 60세 적용을 제외하는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년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명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면의 의도는 우려스럽다. 국민의 눈에는 제도 보완이 아니라 특정 인물을 기용하기 위해 길을 터주는 '맞춤형 입법'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은 자리를 위해 존재해야지 특정인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법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인상을 준다. 요직에 앉힐 사람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 법을 바꾸는 행태는 "결국 제 식구 챙기기 아니냐"는 냉소와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제도가 권력의 필요에 따라 재설계되는 순간 법치는 공공의 원칙이 아닌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왜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이다. 대한민국 경찰 조직이 단 몇 명의 인사 없이는 운영될 수 없을 만큼 인재풀이 빈약하단 말인가.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것은 인사 시스템의 실패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번 입법은 오직 특정인을 위한 '특혜 통로' 개설일 뿐이다.


경찰은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오래 앉혀두기 위해 규칙을 뜯어고쳐도 되는 사조직이 아니다. 정권이 진심으로 경찰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고민한다면 고위직 몇 자리의 정년 규정을 손볼 것이 아니라 현장의 구조적 문제부터 살펴야 한다. 일선 수사 인력의 이탈과 과로, 민생범죄 대응력 저하 등 시급한 현안을 두고 고위직 정년을 논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처사다.


이번 개정안은 그 어떤 국민적 효능감도 증명하지 못한다. 법이 통과돼 무엇이 좋아지는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남는 것은 '누군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법'이라는 인상뿐이다.


정권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스스로는 인재를 발탁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선발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원칙이다. 공정성이 무너지면 권위도 무너진다. 권위를 잃은 경찰은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이 '코드 인사 합법화 장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법과 인사를 대하는 관점 그 자체에 있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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