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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Nov 28. 2023

사회구성주의

사회구성주의는 특정 사건의 의미, 개념 등을 연구한다. 특히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구성해 내는지 살핀다. 국제관계에서는 행위자와 구조의 관계가 주된 관심거리다. 행위자들의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구조가 어떻게 결정짓고, 상호작용하고, 재생산하는지에 집중한다. 1990년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국제관계이론에서 비주류였으나 이제는 중요한 이론 중 하나로 여겨진다. 주류 학문인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는 정반대 원인과 진단을 내놓지만 행위자가 이익을 추구하고, 구조가 행위를 제약한다는 가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두 이론은 냉전 체제의 종식을 예견하지 못했고 사회구성주의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사회구성주의는 국제정치를 행위자들의 가치관, 제도, 구조 등이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행위라고 규정한다. 권력은 다른 행위자가 실제로는 원치 않는 행동을 취하도록 하고 힘, 역량 등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짓는다. 사회구성주의는 현실주의에서 주장하는 무정부상태라는 주장을 비판하고, 국제관계는 주권국가들의 사회적 계약에 따른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상주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제도와 규범이 국제정치의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사회구성주의자들은 국제정치이론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것에 질문을 던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적 경로를 제시한다.      


사회구성주의는 합리적 선택이론과 유사성이 많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사회적 행위는 개인들의 선택에 기인한다고 본다. 개인은 주어진 제약 조건 안에서 각각의 선호를 갖고 있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법적·사회적 규범이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고 최종 결정에 반영된다. 이러한 분석 방법은 이상주의에서 제시한 마이클 도일의 민주평화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국의 선택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회주성주의는 규범의 국제화 및 확산이 핵심 주제다. 동일한 환경에 노출된 행위자와 제도는 최종적으로 하나로 유형으로 수렴해 나간다. 대표적으로 시장경제체제는 민주주의·권위주의 등 정치체제와 상관없이 세계적인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정치학자 마사 핀모어와 캐스린 시킨크는 ‘규범의 생활주기’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규범의 출현은 강대국에 의해 많은 국가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규범의 전이는 규범은 전파되고, 규범을 받아들인 국가들이 늘어나고 확산되는 과정이다. 여러 국가들의 압력과 국제적 정당화 등을 거쳐 규범은 사회화 단계에 이른다. 규범의 내재화는 다수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제도로 자리 잡고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제적 규범은 개별 국가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측면에서는 규제에 가깝고, 특정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구성적이다. 국제정치의 행위자들은 이익의 극대화, 자유·인권 등 가치관을 추구할 수도 있다. 사회구성주의는 과거의 사건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는 탁월한 측면이 있지만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는 데는 불리하다. 행위자들의 선호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일관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정치의 역사와 사례를 토대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세계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하나의 이론적 틀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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