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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Nov 29. 2023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주의는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사실 독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는 국제관계이론을 직접 제시한 적은 없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학파 내에서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나왔다. 마르크스주의 기본적으로 상부구조와 토대로 나눠 사회를 분석하듯, 국가사이의 체제에 집중한다. 여기서 경제적 착취 구조와 자원의 이동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같이 국제관계에서도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계급과 계급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체제론은 마르크스주의를 국제정치이론으로 적용한 최초의 시도다. 미국의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국가 단위가 아닌 역사적 세계체제에 주목했고, 세계 자본주의를 중심부·반주변부·주변부 국가로 나눠 하나의 착취 구조로 분석했다. 중심부는 민주주의정부가 수립돼 있으며 사회적으로 고임금, 복지 혜택을 누린다. 원자재는 수입하고 공산품은 수출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 반주변부는 비민주적인 정부, 저임금, 낮은 복지서비스가 일반적이다. 중심부와 주변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경제 교역의 상대적 수혜를 누린다. 주변부는 권위주의 국가가 대부분으로, 국민들은 생계 수준 이하의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다. 공산품은 수입하고, 원자재는 수출하는데 사실상 수탈적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세계질서 하에서는 선진국은 더 부유해지고, 빈곤국은 더 가난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람시주의는 헤게모니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기존 마르크스주의의 토대 중심에서 관점을 상부구조로 이동시켰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 미디어, 교회 등을 활용한다. 지배층에 의해 조작된 문화 헤게모니는 피지배층의 자발적 동의와 수용을 이끌어 낸다. 자본주의 이념과 이데올로기는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세계 전역으로 전파된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가 예언했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람시는 지배층에 반기를 드는 대항 헤게모니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으로, 오랜 기간 헤게모니와의 진지전을 치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론은 1930년대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신마르크스주의를 일컫는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시선을 토대에서 상부구조로 옮겼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고 해방적 변화로 나아가는 과정을 분석했다. 영국의 정치학자 저스틴 로젠버그는 국제질서를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시기 국가 간의 다른 생산양식에 따라 국제관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점에서 현실주의는 국가단위에만 집중할 뿐 국제체제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의 정치학자 앤드루 링클레이터는 주권국가 중심의 베스트팔렌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의 형성과 발전을 진보적이고 해방적인 경향으로 평가한다.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국제정치 영역의 해방은 도덕적 경계확장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현재 사람들의 책임과 의무감의 범위는 주권국가 내에서의 의미가 강하다. 이것이 국가를 벗어나 세계적 단위로 확장됐을 때는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 경계를 허물고 세계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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