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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Dec 01. 2023

[시지프의 시각] 준연동형은 실패했다

2019년 12월 27일 준연동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준’이라는 말이 붙어있듯, 완전한 개혁이라기보다 정치적 타협의 산물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정치권에서 합의까지 이르는 데는 쉽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지정, 제1야당을 배제한 강행처리, 동물국회의 부활 등 각종 오명을 뒤집어썼다. 심지어 당초 소수정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양당의 위성정당으로 완전히 무력화됐다. 2020년 1·2당의 의석점유율은 94.3%로, 최근 다섯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준연동형은 완벽한 실패작이다.      


4년 만에 다시 선거법이 논란이다. 지금까지 방치해오고 있다가 총선이 다가오자 논의가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소수정당들은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실 위성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준연동형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소수정당들 입장에서도 지난번과 같은 형태로 선거를 치를 경우 과연 유리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재 발의된 위성정당 방지법도 초점은 소수정당이 아니다. 해당 법안은 총선에서 반드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모두를 추천하도록 돼있고, 비례대표 후보 추천 비율은 지역구 후보 추천 비율의 20% 이상이어야 한다. 만약에 비례대표후보 20명을 내려면 지역구후보 100명을 내야 한다는 소리다. 1·2당이 위성정당을 쉽게 만들지 못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진 셈이다. 또한 위성정당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가의 문제 있다. 이렇게 되면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소지 역시 다분하다.      


결국 진보진영은 준연동형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보수정당의 위성정당 설립으로 선거개혁이 좌초됐을 선언하고, 자신들의 허술했던 입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위성정당 제로가 아닌 이상 개혁이니 개악이니 논할 여지없다. 소수정당들도 의석 1~2석 더 얻어 보겠다고 반쪽짜리 연동형을 유지하자는 것은 그저 정치공학에 불과하다. 또다시 위성정당을 만들 바엔 차라리 병립형 회귀 낫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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