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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울 Mar 28. 2022

갤러리를 창업하는 이유

GALLERY JIHA

취미로 예술 활동을 처음 시작한 게 전역도 채 하기 전인 2014년이었다. 그러니 벌써 햇수로는 9년차에 접어든다.(이건 좀 놀랍네.)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갖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 언저리 즈음에서 문을 두드린 지가 꽤 오래다. 사실 지금의 포지션이 가장 맞는 위치 같기는 하다. 어려서부터 창의력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다는 걸 스스로 알 정도였으니.


뭣도 모르면서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모으고, 전시를 열고, 행사를 진행한 게 조금 수치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시간들은 꽤나 충족스러웠고, 함께 했던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갓 전역 했을 때라 그런지 뭘 하든 패기 넘쳤는데 지금에서야 누가 누굴 지원하나 싶다.



전시를 하기 위해 수많은 공고를 뒤적이고 온갖 공간들을 돌아다녔다. 찾아보면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나 공간은 정말 많다. 우리가 흔히 알 정도의 유명 갤러리는 아무나 전시할 수 없으니 차치하고, 인사동이나 삼청동만 가더라도 공간은 널려있다. 2주에 250만원 정도를 낼 수만 있다면. 돈이 없는 신진 작가나 취미로 즐기는 경우 갤러리 카페나 전시 지원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 작품 수나 일정, 사업 내용 등을 고려하다 보면 막상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운이 좋아 하게 되더라도 전시 퀄리티가 좋을리 만무하다.(물론 실력있는 작가라면 좋은 지원사업도 많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떼글떼글 4기를 운영하면서 한번쯤은 갖춰진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싶었다. 어느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50만원 가량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마침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시 공간이 프로모션 중이었다. 어차피 사비를 더 넣어야 했지만 그거라도 감사했다. 답사를 가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전시 기획안을 작성했는데, 얼마 안 가 담당자가 변경됐다. 된다던 것이 불가해지고, 다시 가능은 한데 어려운 것이 되고, 뭐 그렇게 됐다. 내 돈으로라도 해야겠다 싶어 공간에 연락했더니 마찬가지. 사람들이 다 그렇지.


계획대로 진행은 해야했기에 근처 전시 공간들을 전부 조사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간은 크기에 비해 저렴하지만, 접근성이나 벽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운영 시간도 관람객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는다.(평일 6시에 닫으면 어쩌라고..) 수익성 대관 공간은 전자에 비해 크기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소규모 갤러리는 보통 일주일에 50~100만원선이니 역시 만만치 않다. 전시 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보면 솔직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다. 좋은 디스플레이를 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그걸 감안하고 공간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대통령 선거 같은 느낌?)



물론 공간 사업자의 입장에선 월세나 인테리어 비용, 관리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솔직히 인테리어도, 관리도 제대로 안 하잖아. 여튼 손익분기점은 커녕 적자의 위험도 분명 있다. 그래도 대형 갤러리를 대관할 수 없는 신진 작가, 생활예술인들이 찾을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 정신 하나로 시작하는 일은 아니다. 워낙 쫄보라 경쟁사는 전부 다녀오고 비교 분석했다. 사업계획서를 쓰진 않았지만 대략적인 포지셔닝과 손익분기점을 굴려봤다. 망하면.. 아.. 안돼..


인스타용 전시가 판치긴 하지만 어쨌든 전시를 찾는 대중들이 많아졌고, 해가 갈수록 페어의 규모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살만한 나라이니 이제 문화예술의 성장을 앞두고 있는 건 당연하다. 타이밍의 문제일 뿐. 아마 갤러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될 것 같다. 동시에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예술인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내가 여타 갤러리들의 서비스나 공간을 따라 잡겠다는 둥의 거창한 포부는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저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찾을 만한 공간이 하나쯤 더 생겨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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