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일 년치 약 봉투 ]
한쪽 서랍을 가득 채운 지난 1년 치 약 봉투를, 오늘은 비워내기로 했다.
천식으로 오래 고생한 뚱땡이가 이제 좀 나아가나 싶더니, 요 근래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쓰인다.
먼지나 스트레스에 예민해지면 기침이 더 심해진다.
약을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뚱땡이도, 나도 노력 중이다.
지금 먹이고 있는 약은 가루약이라 봉투에서 꺼내 캡슐에 담았다. 그리고 냉장고 옆에 붙여두었다.
소파 위에서 뚱땡이가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있다. 솜이 잔뜩 들어간 여우 문양의 하늘색 넥카라를 하고 있어 안쓰럽지만 귀엽기도 하다. 다가가 콧등과 눈썹을 가만히 쓰다듬어주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
주방 입구에는 선반을 겸한 세 칸짜리 서랍이 놓여있다.
그중 가장 왼쪽 칸.
뚱땡이의 약을 담아 온 봉투들을 모아놓은 자리다.
전부 꺼내보니 물티슈 한 팩만큼이나 두툼하다.
투병의 기록이라 혹시 확인할 일이 있을까 싶어 모아둔 것들이지만, 이제는 병원에 처방 기록이 남아 있으니 마음 놓고 비워도 될 것 같다.
바닥에 쫙 펼쳐 놓고 혹시 남아 있는 약이 있을까 하나씩 확인했다. 다행히 봉투 안에는 제습제와 영수증만 남아있었다.
그대로 재활용 봉투에 넣었다.
왼쪽 서랍 한 칸이 넉넉해졌다.
서랍 위에 올려져 있던 것들이 그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운하게 물 한잔을 마시고 싶어졌다. 찬장 앞에서 오늘의 컵을 고르다가 크리스털 유리잔을 집어 들었다.
주방으로 약하게 들어오는 빛에 반사되어 유리잔이 반짝인다.
비움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은 어쩌면 내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