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박꽃)
시월
무더운 태풍이 가슴을 할퀴고
빗물에 울고만 쓰라린 계절
그 여름에 하얀 박꽃이 핍니다
누워 자라도 지붕을 푸르게 엮다가
여물게 익은 박 하나 안겨주고파
해가 진 어둠에 하얗게 웃었습니다
그대 곁이라면 뒤웅박이라도
있는 속 없는 속 다 긁어내어서
단 한 순간이라도 웃게할 수 있다면... 텅 빈 속은 우물 곁에서 반토막나도
이젠 달빛으로 머금은 물 한줌 채워
다음 계절 그대 하얗게 피도록
그대 위해 쏟아놓겠습니다
여름이 오면
많은 말보다
하얀 박꽃이 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