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가져다준 클래식이라는 선물
내 나이 마흔둘. 아니 두 살 깎아 마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어려서부터도 음악을 참 많이도 좋아했다.
일곱 살 무렵 투박하게 생긴 일제 카세트 플레이어에 동요 테이프를 앞뒤로 돌려가며 하루종일 들으며 따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불렀던 노래들은 주로 만화 동요였는데 '어서 와요 바람돌이 모래의 요정~'으로 시작하는 노래, '케사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는데~'로 시작하는 노래 등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엄마는 일을 하셨기에 항상 한 살 터울이었던 오빠와 나는 엄마가 밥상에 차려놓고 간 아침밥을 둘이 먹고 둘이서 등교를 하곤 했다. 고학년쯤 되었을 때 나는 점차 가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김원준이라는 가수에 빠져 매일 아침 일어나 등교하기 전까지 김원준의 테이프를 또 듣고 또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써클 활동을 하나쯤은 해야 한다던 친구를 따라 합창단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얼떨결에 함께 시험을 치게 되고, 그 친구는 메조, 나는 알토 파트에 배정이 되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나는 합창단 활동에 빠져 매일 같이 가곡을 흥얼거렸고, 그 시절에는 성대하게 열렸던 학교 축제 공연과 몇 차례 지역 대표로 우리 학교 합창단이 나가기도 하면서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을 한 켠을 아주 또렷하게 채우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자취를 하던 10년 동안 나는 라디오를 친구 삼아 외로운 시간을 버텼다. 매일 아침 7시에 듣던 팝송 프로그램과 매일 밤 10시에 즐겨 듣던 가요 프로그램은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결혼 후 육아로 인해 꽤 오랜 시간 엔터테인먼트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잊고 지내다, 작년 배달 카페를 운영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다시 라디오를 종일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듣게 된 CBS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내 하루 중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를 가장 사랑하게 만들어 준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실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배우 김석훈 님이 진행할 때도 종종 들었고, 강석우 님이 진행할 때도 종종 들어는 왔었다. 하지만 김정원 피아니스트가 진행하면서부터 찐 팬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하루종일 멜론에서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고 유튜브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의 독주, 협주곡, 오케스트라 연주 등을 찾아들었다. 어렵다고 느껴졌던 음악들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을 파고들면서 이제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반려음악이 되었다.
여전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내 마음이 자꾸 클래식으로 끌리는 것만은 분명했고, 쉽사리 가라앉지 않음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클래식이 대중음악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귀로 전해져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만은 똑같았다. 이것이야 말로 음악의 힘 아닐까?
작년 반클라이번 콩쿠르 국제 피아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음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진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음악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 안 되는 진짜. 그중에 음악.
지금 시간 오전 10시 20분.
나는 여전히 김정원 피아니스트가 진행하는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듣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로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던 중 갑자기 클래식 이야기를 쓰고 싶어 져 오랜만에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왔다.
클래식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순간, 이 공간이 오늘따라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