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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지옥

40대에 시작하는 다이어트 이야기

by 시월아이

어려서부터 먹는 것에 욕심이 많았다.

그 시절 아이들 감기약은 늘상 엄마가 숟가락에 올려 물을 부은 후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입에 넣어주곤 했다. 몸이 약해 감기를 달고 살았던 오빠는 약을 먹을 때면 늘 엄마의 다리 사이에 몸을 끼인 자세로 시작되었다. 엄마는 한 손으로 오빠의 코를 세게 쥐고, 한 손으로는 오빠의 입에 숟가락을 강하고 정확하게 밀어 넣는 고도의 기술을 선보이곤 했다. 그 와중에 나는 침을 흘리며 약을 먹는 오삐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성인이 되어 생리통이 심해져서 한약을 먹기 전까지 한 번도 엄마는 내게 한약을 지어준 적이 없었다. 반면 오빠에게는 1년에 한 번 꼬박꼬박 한약을 챙겨 먹였다. 밥도 잘 먹지 않았던 오빠는 고등학생 때 까지도 나보다 키가 작아, 늘 주위 사람들은 내가 누나인 줄 오해했다. 그만큼 나는 뭐든 잘 먹고 잘 아프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도 나는 약간 뚱뚱한 편이었다. 특히 하체에만 살이 몰려있는 편이라 상체만 보면 사람들이 마른 체형이라고 착각했다가 교복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만 보면 화들짝 놀라곤 했다.

대학에 입학 한 후 이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화장이나 옷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진 않았지만 살이 많이 빠졌었다. 대학 가면 다 살 빠진다는 말이 나에게는 맞는 말이었다.


직장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나는 평생 다시는 입지 못할 줄 알았던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골반부터 발목까지 워낙 튼튼한 골격을 자랑하는지라 여전히 날씬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서울에서 자취를 하면서 워낙 살이 많이 빠진 탓에 치마에도 도전을 했고, 입다 보니 바지보다 오히려 활동하기 편했다. 그 시절 나는 동료들과 함께 먹는 점심 식사를 제외하고는 커피 외에는 거의 먹지 않았다. 회사 일이 너무 많아 바쁘기도 했지만 한 끼 굶으면 그만큼 다음날 옷태가 살아났다. 170cm의 키에 몸무게가 54kg 정도 나갔는데, 골격이 남자처럼 크고 하체 근력이 발달한 것 치고는 굉장히 마른 편에 속했다.

영원한 마름이란 없다.


그렇게 10년 정도 54kg에서 56kg 정도를 유지하며 살았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후 내 몸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뱃속 아이를 위해 잘 먹어도 된다는 생각에 어릴 적 먹는 것에 대한 유전적 욕구의 특성이 되살아 난 것이다. 입덧을 4개월 정도 했지만 아예 먹지 못하는 입덧이 아니라, 먹고 토하고 또 먹는 그런 입덧이었다. 게다가 속이 메스꺼운 것을 잊기 위해 ABC 초콜릿과 알사탕 등 간식들을 깨어있는 시간 내내 입에 넣고 지냈다. 입덧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자 임신 막달에는 거의 20kg 가까이 몸이 불어 있었다.


출산 후에도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나 역시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임신하고 출산하고 나이 먹다 보면 살이 절로 찐다는 4,50대 아주머니들의 한탄과 그 와중에도 믹스 커피와 떡을 입안에 넣는 방송장면들이 나의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아이가 돌 때쯤 되자 몸무게는 67kg 정도까지 빠졌고 2년쯤 지나자 새로 시작한 카페 일 때문에 힘이 들었는지 다시 57kg까지 빠졌다. 이후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나는 다시 20kg이 쪘고, 5년이 지난 지금 67kg 멈춰서 있다.


2년 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6주 정도 하면서 살이 4kg 정도 빠졌었다. 그러다가 케토식의 부작용인 키토래쉬인, 피부 발진이 오면서 중단하게 되었고 이후 다이어트를 멀리 한 결과, 내 몸무게는 어느덧 68k까지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작년 말 국가건강검진에서도 당뇨병 초기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식단조절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고 작년에 두 어번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저탄고지 다어이트 했을 당시 먹었던 음식들



마흔셋에 다시 시작하는 다이어트


지난해 두 번의 다이어트 실패는 사실 나에게 큰 마상으로 남았다.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 그래도 식단만 조금 조절하면 2,3kg은 금세 빠질 줄 알았는데 1kg 정도 빠진 후 며칠 후 다시 원상 복귀되었다.


최근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이 인슐린 저항식을 높인다는 기사를 접했다. (음식 조리에 쓰이는 대표적인 조미료인 MSG도 마찬가지다.) 또한 40대 이후에는 운동보다 오히려 식단 조절이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보게 되었다. 그렇다. 40대 이후의 다이어트는 일반적인 다이어트의 기본이 되는 칼로리 조절이나 운동량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이 2가지 사실을 기준으로 두고 나는 아래와 같은 실천 가능한 항목을 앞으로 약 6주 동안 시행하려고 한다.


1. 간헐적 단식


전통적인 16:8 방식으로 진행하되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단식법) 저녁을 6시 이전에 먹고 아침은 둘째 유치원 등원시키기 전 함께 먹을 수 있게 15시간 공복까지 허용한다.


2. 당 제한


이미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해봤기 때문에 당을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내가 주로 좋아하는 당은 과일이나 탄수화물보다는 주로 과자에 있다. 아이들 먹을 간식을 항상 구비하고 있다 보니 과자가 떨어질 날이 없었고, 나는 이 바삭하고 달콤한 과자를 거의 매일 먹어왔다.

"과자만 먹지말자"라는 목표로 당 제한을 실천한다.


3. 가공식품 제한


과자를 제한하는 것도 여기에 속하지만, 우리가 자주 먹게 되는 각종 양념 소스, 라며, 어묵, 햄, 통조림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달음식을 제한한다.

배달음식은 자주 시켜 먹진 않지만 1,2주에 한 번 정도는 꼭 먹게 되는데 6주 동안은 절대 금지하기로 한다.


4. 칼로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칼로리를 제한하면서 간헐적 단식과 당 제한을 한다면 다이어트 효과는 배가 되겠지만, 공복을 참기 힘든 나로서는 먹는 양까지 제한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게 분명하다. 사실,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먹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리부터 칼로리를 제한하여 부담을 안고 시작하느니, 자연스럽게 양을 줄여나기로 한다. (단, 식사 시 밥은 1 공기를 절대 넘지 않는다.)


5. 걷기 운동과 자전거 운동은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사실 운동은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달에 실패한 다이어트 때에도 하루 1시간 걷고 이틀에 한 번은 40분 정도 자전거를 추가로 타는 등 꽤 많은 양의 운동을 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운동 이후 밀려오는 배고픔으로 간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운동을 했으니 먹어도 괜찮을 거라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먹는 양이 더 많아졌다.

따라서 이번 다이어트 때는 무리한 운동보다는 이틀에 한 번 1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과 집에서는 2kg 아령으로 간단한 근력운동을 하기로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기


내 나이 마흔셋. 앞으로 30년은 더 살 텐데 몇 번의 다이어트를 더 하게 될까?

나의 이번 다이어트 목표는 지금 당장 몇 kg을 빼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겠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분기별 혹은 반기별 행사와 같이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실천 가능성 높은 다이어트법 말이다.


힘들 때 한 잔 마셨던 돌체라떼, 속상해서 한 잔 마셨던 바닐라 라떼, 심심해서 뺏어 먹은 아이들 과자, 언제나 곱배기로 먹었던 국수 한 그릇, 친정엄마가 자꾸 올려주는 탓에 배가 터질 때 까지 먹었던 감자탕....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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