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과 미안함을 모르는 못남
웃거나 편안한 표정을 거의 본 적이 없고 차분한 톤으로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기본 상태이고 입을 열면 소리를 치고 욕을 한다.
본인이 상대방에게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항상 본인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이 잘못을 했다고 생각한다. 가진 것에 감사할 줄도 모르고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산다.
삶을 나아지게 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어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누구 하나 찾지 않는 독거노인으로 살 것이 분명한데 본인만 모른다.
TV에서나 보던 성질 고약하고 입 고약한 사람을 실제로 겪어보니 세상 못난이가 따로 없다.
화를 낼 일이 아닌데 화를 내고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른다. 귓구녕에는 시멘트를 발라놨는지 시끄럽다며 소리를 지르기만 하지(소리를 지르고 있는 본인이 시끄러운데) 절대 듣지 않는다. 그럴 거면 귀는 뭐 하러 달고 있나 싶다.
길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가게에서.. 툭하면 사람들과 싸움이 난다. 대부분은 성질 고약한 이 노인의 잘못이지만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공질서도 지키지 않고 기본적인 예의도 없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아 놓고는 상대방이 잘못한 것 마냥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한다.
집에서 가만히 아무 말 없이 잠을 잘 때가 가장 조용하다. 집에서는 가족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가족과 싸우고, 밖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싸운다.
입을 열고 하는 말의 3분의 1은 안 좋은 내용의 뉴스이고, 3분의 1은 같이 살아주고 있는 고마운 부인에 대한 짜증과 욕이고, 나머지는 누군가와 ‘또’ 싸웠던 일이다.
분노조절장애의 정점인 그 노인이 누군가에게 갑자기 화를 낼 때 주로 많이 하는 말이 자기 말을 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말을 끊은 상황도 아니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 소통을 하고 주고받는 것인데, 이 노인은 대화를 할 줄 모른다. 본인이 말을 할 때는 아무도 말을 하면 안 된다. 상대방이 질문을 하는 것도 말을 끊은 것이고 리액션을 해도 말을 끊은 것이다.
그 노인의 예민함과 무례함에 지긋지긋하게 질린 사람들은 그래서 그 노인이 말할 때면 듣지 않는다. 들어주며 리액션이라도 하면 말을 끊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을 해대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이 못나디 못난 노인은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기가 말을 끊지 말라고 화를 내서 이제는 그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뿌듯해한다. 못났을 뿐만 아니라 한심하다.
자격지심이 얼마나 심하면 툭하면 말 끊지 말라고 화를 낼까 싶다. 부모와도 항상 싸웠어서 사이가 안 좋고, 형제와도 사이가 안 좋고, 가족과도 사이가 안 좋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사이가 안 좋다. 아마 자기 자신과도 사이가 안 좋을 것이다.
예민하고 공격적이고 분노조절장애에 자격지심까지 있는 그 노인은 자신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타인에게 존중받지 못한 느낌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면 폭발을 한다. 먼저 존중을 해야 존중을 받는다는, 초등학생도 알 법한 상식을 모른다.
화내고 욕할 줄만 알지,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는 할 줄을 모른다. 그런데 존중은 받고 싶어 한다. 진짜 한심하다. 반성을 하거나 자신을 돌아볼 줄을 모른다. 살면서 한 번도 그런 건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참 편한 인생이다. 무조건 남 탓만 하면 되니 말이다.
스스로 이루어 낸 것은 하나도 없고, 성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젊은 시절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무조건 남 탓이라니.. 주변에 좋은 기운은 전혀 줄줄 모른다. 주변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겠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싫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저렇게 지랄 맞을까 싶지만, 어차피 스스로는 그런 걸 깨닫지도 못하고 살 테니 불쌍해하고 싶지도 않다.
성품이라는 것은 나이를 먹는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성질머리 나빴던 아이가 성질 더러운 어른이 되고 성질 고약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타인은 그 노인과 어쩌다 한 번만 보면 그만이다.
자기 자신과 평생 같이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인데, 성질 고약한 자신과 평생을 같이 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어차피 그 노인은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