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향, 장미향, 우디향
수영 수업이 끝난 후 샤워실.
옆에서 인삼향이 난다. 할머님이다. 뒤에서는 꽃향기가 난다. 중년으로 보이는 회원이다. 다른 곳에서는 우디향이나 허브향이 난다. 20대 회원이다.
향으로도 나이대를 알 수 있다니 재미있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수영을 다닌 지 몇 년쯤 되었을 때 샤워를 하는데 그날따라 한방향이 진하게 났다. 둘러보니 주변에 할머님들이 계셨다.
‘아, 할머님들은 한방향을 좋아하시는구나. 건강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런가’
아이들도 다 키워놨고 직장에서도 높은 자리이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사는 중년의 언니들은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전 옷차림을 보게 될 때면 화려한 액세서리와 진한 화장을 한 사람이 많았고 그녀들에게는 꽃향기가 났다.
뽀송하고 싱그럽고 쿨한 20대 회원들에게서는 허브향이나 우디향이 나곤 했다.
나이에 따라 좋아하는 향이 달라지는 것인지 젊은 시절 유행했던 향을 꾸준히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구분이 된다는 사실이 재밌다.
한방향, 꽃향, 우디향이 뒤섞인 샤워실에서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섞여 운동을 하고 씻는 이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