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부모님 둘이서병원 가면생기는 일들
아침 6시 50분 서울대병원. 어머니의 정기검사가 있는 날입니다.
암 수술받은 지 십 년도 더 지난 어머니는 병원에 가시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이 모시고 간 날은 많이 없습니다.
어머니 곁에는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가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가 계시니 괜찮으시겠지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병원만 다녀오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여든도 중반을 넘긴 아버지가 길을 잘 못 찾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귀도 잘 안 들려서 목소리가 크신데 보호자로 함께하기보다는 환자 둘이 헤매고 다니는 기분이라는 겁니다.
너무 빨리 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미 와있는 분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리고 검사를 하는 과정이 복잡해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일단 진료카드를 스캔하고 수납부터 했습니다.
오늘 검사는 세 가지, 피를 뽑고, 골밀도를 재고, 허리 엑스레이를 찍는 것입니다.
일단 채혈실에 가서 등록을 했습니다.
안내판에 번호가 뜬 것을 확인했고 해당 창구 앞에서 기다리시도록 했습니다.
앞에는 스무 명도 넘는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앉을자리가 부족해 서 있는 분들이 보여 저는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다음 검사인 골밀도 검사를 접수하려고 했습니다.
아직 접수를 받고 있지 않았지만 덕분에 1번 번호표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채혈실로 돌아오니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머니 차례가 되어 번호와 이름이 호명되고 피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혼자서 오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채혈실 접수하는 곳 바로 뒤에서 채혈실이 어딘지 찾으시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간호사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혈액 검사를 위해서 쫄쫄 굶으셨을 텐데 몸도 마음도 힘들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골밀도 검사를 받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아버지가 번호표를 뽑아 오셨는데 20번, 그새 19명의 환자가 생겼습니다.
1번을 미리 뽑아두었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좋아하십니다.
아버지와 둘이 다닐 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 30분 이상 시간을 벌었습니다.
골밀도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했는데 어머니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검사 때문에 소변을 봐서는 안된다고 참겠다고 하십니다.
아버지와 저는 그런가 보다 하고 검사를 받은 후에 소변을 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있다가 또 소변이 마렵다는 어머니, 옆에서 기다리던 다른 환자가 화장실에 가시지 왜 그러냐고 말했습니다.
이 검사는 소변 하고 상관없는데 무슨 소리냐는 겁니다.
그제야 제가 간호사를 찾아가 어머니 성함을 말하고 소변을 봐도 되는지 여쭈니 괜찮다고 어서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신장이 안 좋으신데, 나라도 미리 챙겼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소변을 참으셨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어머니도 여든이 넘으셨는데 매사에 하나하나 다시 확인해야지 하고요.
골밀도 검사를 마친 후에 엑스레이 촬영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같은 건물이라 편한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땐 건물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가 제일 어렵다고 하십니다.
엑스레이까지 찍고 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향합니다.
8시 반이 조금 못된 시간, 오전 반차만 내도 가능한 것인데 그동안 참 무심했다 반성이 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검사를 받으러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서 묻는 어르신만 10명 정도 봤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이 든 부모님이 병원에 갈 때엔 자식이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 역시 나이 든 부모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