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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Jul 24. 2021

당신 같았으면,,

도전 (20210724)

“그렇다니까, 100억 원”

“말도안돼.,,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나는 왜 몰랐지. 조금 더 얘기해줘봐”

“연쇄 테러리스트야. 폭탄테러, 총기난사테러를 연속으로 저질러서 77명이 죽었어. 노르웨이법률상 최고형인 21년형을 받고 감옥에 있는 중인데 한 10년 살았지 벌써. 근데 이번에 자기 인생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려고 수십 통 편지를 영화 관계자한테 막 뿌렸는데, 그 판권을 100억원으로 제시한거지.”

“이제 10년만 더 있으면 풀려날거니까 자기 딴에는 인생 2막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역겹다.. ”

“그게 다가 아니야. 재판 중에 청혼 받고, 감옥 있을때에도 엄청나게 많은 여성들한테 구애와 팬레터를 받았지.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어떤 심리적 증상이래.”

“아, 맞아. 하이브리스토필리아증후군,, 소름돋네. 도대체가 정신나간사람들은 왜그렇게 많은건지”


할 말은 많았지만, 뱉어내려는 말들이 일종의 그 잔혹한 범죄자를 향한 ‘부러움’의 방향이라는 것을 들키고 말까봐 말을 아꼈다. 돌이키고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은 이야기만 나눈것 같아 씁쓸했지만, 그래도 두 달 반 만에 처음 만난 타인이였으므로 크게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10년 전부터 1주일 전까지 기사, 칼럼을 막론하고 94만개의 검색 결과가 보여졌다. 여태까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러나 내 옆에 항상 존재했던 세상이 이제는 이렇게 나와도 연이 닿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연쇄살인범이자 극우파 테러리스트. 현재 나이 42세. 뭐 42살? 그러니까 옥에서 나와도 52살, 판권이 팔리면 겨우 52살에 100억 부자? 도대체 뭐야. 참 인생이 뭘까,,, 

관련 내용으로 함께 그가 머물고 있는 노르웨이의 감옥에 대한 부분이 함께 보여졌다. ‘침실, 공부방, 헬스장으로로 된 쓰리룸 아파트먼트를 단독으로 사용하며, 방 안의 화장실, 간단한 요리도 해 먹을 수 있는 부엌과, 비디오게임도 하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유틸리티까지 구비되어있다,’라고? 키보다 커 보이는 큼지막한 창문, 하얀색 벽지와 노란색 페인트칠 된 문틀, 우드 계열의 가구, 파란색 매트리스의 침대까지 깔끔한 색상이 어우러진 인테리어. 저런 초호화 수감생활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저 범죄자는 고립 된 본인의 수감생활이 비인간적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구식인 플레이스테이션2를 플레이스테이션3로 바꿔달라는 컴플레인을 걸었다.

그나저나 노르웨이가 연어로 유명한 곳이던가. 연어 맛있겠네. 반쯤 풀려있는 눈으로 아무런 인지적인 생각도 없이 이틀 전 먹다 남은 치킨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유탕처리로 인한 윤기는 진작 잃은 치킨의 표면은 냉장고에서 오랜시간 수분까지 잃어 마치 하얀색의 곰팡이 털이 앉은것처럼 보였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컴퓨터로 가서 다시 노르웨이 감옥 사진을 본다. 그리고 초점을 조금만 달리 하니 감옥보다 더 감옥같은 방의 모습이 보인다. 널부러져있는 옷과 수건, 그 사이사이 불규칙적으로 도핑되어있는 술병, 담뱃갑, 그리고 치킨뼈가 곁들여진 플라스틱용기들.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찬 이 감옥을 모두 스캔하는데에 단 2초.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방 상태가 아무리 엉망이라도 본인의 심리 상태가 더 엉망이면 그깟 방따위는 엉망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문득, 존재했었는지도 가물가물한 지난 1년의 장면이 떠오른다. 고작 열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동선과 배달음식과 비디오게임, 넷플릭스로 점철 된 나날들. 다섯 평 남짓한 이 감옥. 비인간적이다.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고립된 삶을 사는 것에대해 누구에게 소송을 걸어야할까. 비디오 게임이 너무 구버전이라고 교체 될 필요가 있다고 누구에게 컴플레인을 걸어야할까. 노르웨이로 가서 범죄를 저지르고 저 감옥에 사는게 훨씬 삶의 질이 좋겠어. 어떤 범죄가 적당할까. 절도? 폭행? 아니야. 저정도의 독방을 쓰려면 확실하게 센 걸로 저질러야해. 자칫 애매한 형을 선고받아서 독방을 쓰지 못하면, 다른 수감자들 사이에서 빵셔틀이나 하는 찐따 신세를 면치 못할거야. 아 그런데 한국은 속인주의가 아니던가.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의 감방살이를 자국에서 할 것이냐, 타국에서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것이고, 자칫 잘못해서 한국에서 옥살이를 해야한다면 순 낭패를 볼 수도 있잖아. 게다가 만약 한국에서의 복수처벌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석방되고나서도 이곳 감옥에서 또 얼마간 살아야한다면? 끔찍해. 아 참. 무엇보다 요즘 시국에 함부로 외국에 들어갔다가 입구컷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지옥을 벗어날 오만가지 상상에 반쯤 눈이 풀린 채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 것은, 전자레인지 안에서 현란한 빛 줄기가 번쩍번쩍 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전자레인지 안에서 치솟은 화염을 보았을때였다. 1분 58초가 표시된 전자레인지를 강제로 열어 알루미늄 호일 뭉치를 다급히 손으로 꺼낸 뒤에서야 그것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냅다 바닥에 던져버렸고 곧바로 불길은 부엌 한 켠 벽지로 옮겨붙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불이 난 장소는 부엌이었고 바로 눈 앞에 물이 한가득 담겨 있는 설거지 통을 발견하고는 불길을 향해 쏟아부었다. 설거지통에 들어있던 유리컵은 비명을 지르듯 산산조각이 났고 함께 있던 숟가락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간신히 불길은 잡았지만 그리고 몸은 매우 무사하지만, 세를 살고 있던 집의 부엌 한 켠을 다 태워버린것을 보니 이것은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었다. 역시 이번 생은 미래가 없다는 한숨이 무의식적으로 나왔다. 몇 초 전의 과거를 회상한다. 눈 앞에서 화염을 보자마자 전자레인지에 물을 뿌렸다면 벽지는 무사하지 않았을까. 알루미늄 호일을 제거할 정신이 있었다면 불이 안 나지 않았을까. 조금 더 과거로 올라간다. 치킨집이 호일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내가 치킨을 시켜먹지 않았더라면, 아니 내가 직장이 있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내가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눈물이 나는 종류가 아닌 슬픔, 아니 일종의 분노감을 느끼며 의미 없는 ‘만약에’ 게임을 계속하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

“소방서에서 왔습니다. 선생님, 문좀 열어주시겠습니까”

화재 경보기는 짧았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기가 막히게 벽지의 연소를 눈치챘고, 그 알람에 출동했던 소방차와 경찰차가 그제서야 창문 너머로 보였다. 어떻게 하면 적당한 범죄로 경찰서에 끌려 갈지 생각하더니, 이것은 정말이지 끌어당김의 법칙이 제대로 오작동 되어버렸구나. 

안 된다. 이대로 문을 열어버리면 비참한 이 모습이 세상에 공개 되는 것이다. 뉴스에 보도되면 어떡하지. 직장도 없는 무능한 백수가 저렇게 멍청하기까지 하다고 세간사람들이 얼마나 질타할까. 어떻게 하면 멀쩡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저들을 물리칠까 생각하며 한동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아까 넋을 놓고 보고있던 노르웨이 테러범이 떠오른다. 당신 같았으면, 당신이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입니까. 


(Fiction, 하지만 노르웨이 연쇄테러범(Anders Behring Breivik)은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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