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 음,,, 어땠냐면
von(20210730)
카톡 오픈채팅의 목소리버전이야. 클럽하우스 모방 앱. 카톡오픈채팅은 보통약간 10대들이 좋아했던거같애. 오픈채팅은 간단히 말하면, 아무나 랜덤채팅방을 만들수있어. 그리고 아무나 들어갈수있지. 물론 방장이 원하는 짓을 하지 않으면 강퇴도 당해. 익명성도 당연히 보장됐지. 새벽이 외로운 사람들이 진짜 많이 모였더라고. 나도 그게 유행한다고 한참 들릴때 궁금해서 들어가본적있어. 내 걸로는 아니고 친구걸로. 친구아이디로 10대채팅방들어가서 얼굴공개하고 친구 놀리는 용이었지. 엄청 웃기긴 했어. 근데 그렇게 한두번 유희거리로만 하고 끝. 재미도 없고, 문란한 목적의 방, 불륜방? 이런것도 많고. 그냥 요즘 애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톡으로만 친해지는것에 거리낌이 없구나, 하는 신기함만 맛보고 그이후에는 전혀흥미가 없었지.
이거는 오픈채팅 컨셉은 전부 똑같아. 방이 있고 내가 들어가는거지. 내가 방을 만들수도 있고. 그리고 지정된 사람만 말할수 있으니, 내가 말하기 싫으면, 듣기만하기도가능. 근데 한가지 다른점은, 텍스트가 아니라 목소리로 대화한다는점. 근데 그게 목소리로 그룹 채팅을 한다는게 뭐랄까, 좀 큰 의미더라고. 텍스트랑 다르게 반응도 빠르고 실제 사람이랑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도 더 확실하게 받고. 서로를 인지하고, 존재감을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10대는 텍스트에 조금 더 친숙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만큼 더욱 선호하지는 않잖아. 적어도 나는 그래. 그래서 그런지, 30대가 많은것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텍스트보다는 통화, 통화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것이 더 진정성있는 것이라고 느끼는, 그닥 젊지는 않은 세대가 좋아할법한것같아. 나도 통화하는 느낌이라 텍스트보다는 실제 누군가와 함께있는 느낌이 훨씬 강했지.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끊는거 굉장히 어렵더라고. 보니까 중독자도 꽤많은거같고.
이 앱이 나온건 진짜 얼마 안됐더라고. 2021년 6월에 그러니까 만 한달 됐지. 근데 이미 원년멤버가 형성되어있더라? 1세대랄까. 이미 고인물인 사람들도 있고, 팬층을 형성한 사람도 있고, 이미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 비즈니스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완전 인싸 액티브 유저도 많더라고. 그렇게 죽치고 접속해있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알고, 프로필사진도 서로 그려줄정도로 친밀하고, 아마 서로얼굴은 모를테지만 이미 그런 메타버스상에선 친한 친구가 되었더라고. 물론 그들이 공유한 각자의 개인 정보가 진짜인지가짜인지 본인만 알테지만.
나한테는 어땠냐면, 확실히 시간 죽이기 좋어라. 특히나 한국에 있는 내 모든 지인들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유럽의 저녁시간대에 문득 대화가 하고싶다고 생각 들때가 있거든. 앱만 들어가면 누군가는 항상 있으니까 언제든 누군가와 있다는 걸로 위안이 되기는 하더라. 사실 이 앱을 처음 나한테 알려준 내 친구도 미국에서 박사유학중인 친구거든. 그 친구는 일주정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새벽 네시까지 잠을 못자면서까지 대화를 즐겨 했고, 이미 몇몇 친한 친구를 만들어 이런저런 토론도 하고 했다더라고. 목소리만 서로 아는,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없는 친구들인거지. 나한테 앱 깔아보라고 했을때 나는 거부감이 조금 들었는데, ‘어차피 익명’점이 나같은 아싸에게 조금 매력적이었어.
나는 조금 충격이었는데, 뭐랄까 미래시대를 사는 느낌이 들었어. 영화 <Her>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 목소리 만으로 어떤 친밀감형성되거나 사랑에 빠지는건,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서 종종 나오지만 현실이랑은 아직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점점 그런것이 흔해지는 세상이 되는 것이 불가피한 느낌? 상상도 조금 해봤지. 어쩌다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하루, 이틀, 그리고 매일 그렇게 통화하는 사이가 된다면. 사귀는 사이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 있고, 서로를 필요로하고 그리워한다면. 얼굴도 모르고, 만질수도 없는 그 미지의 인물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너무 내 생각이 멀리갔지? 그래 맞아. 그저 트렌디한 앱 하나에도 이렇게 오버띵킹을 하는 나같은 뼛속까지 내향인에게는 사실 이 앱 역시 버거워. 나같은 인간은 원래 스몰토크가 제일 어렵고 두렵거든. 게다가 나같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 세명이 넘어가면 입을 꼭 다물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환경이라고 별다를건 없더라고. 게다가 이 앱의 장점이었던 것, 그러니까 언제든 누군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은 결국 단점이 되기도 하는거같더라. 내가 아니어도 그 누군가는 아주 많으니까, 나라는 존재 또한 희석되는걸 의미하지. 실제로 이런적이 있었어. 처음 앱을 설치한 날 들어간 대화방에서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했거든. 내가 내 전공용어를 닉네임으로 했는데, 사람들은 나한테 닉네임의 뜻이 무어냐, 이 시간에 왜 깨있느냐...이런걸 물어봤지. 근데 대화 중 어떤 한 사람이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하는거야. 나중에 기분 다운될때 이사람 보면 재밌을거같아서 나는 그사람 팔로잉까지 했어. 그리고 이틀후에 앱을 다시들어갔을때 그 사람이 들어있는 채팅방이 있길래 반가워서 들어갔거든? 근데 세상에나, 그 재밌다는 사람은 내 닉네임을 보고, 어?뭔가 익숙한데? 하면서 이틀전과 완벽하게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거야. 닉네임의 뜻이 무어냐. 이시간에 왜 안 자고있냐 등등. 그사람은 매일 아침까지 그 앱하고 점심에잠깐자고 일어나서 다시 하루종일 그 앱에 돌아다니면서 이방저방 다 들어가는게 삶이라고 하더라고. 과몰입(중독)된거지. 너무많은 사람을만나다보니 불과 이틀전의 일도 잊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게 이해가 안갔어.
확실히 신선한 세계, 그러나 자기검열이 심하고 익명성이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피형인 나에게는 정착하기는 아주 어려운 플랫폼인것같아. 대화 조금하다가 금방 에너지가 딸려버려서 입 다물고있게되거든. 당장 나가버리고싶은데, 한마디도 말 안하다가 ‘나갈게요’ 말하는것도 민망하고, 확 나가버리는것은 정없어보이고.. 고작 익명 앱인데도 나는 그렇게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지, 그래서 나는 중독은 절대 안될것같아. 뭐 어찌됐든 나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보니까 변화하는 세상의 역사를 산증인으로서 목격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궁금해? 한번 너도 해봐. 그러나 장담하는데 나같은 아싸 찐따 내향인이 아니라면, '지금 가상공간에서 내가 뭘하고 있는 것인가, 현생이 가상인가 가상이 현실인가' 하면서 현타 크게 한번 오기 전까지는 너의 밤과 새벽들은 한동안 순삭될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항상 그렇듯이.
('von'과의 연결성: 독알못이라 '본' 이라고 읽는줄 알았는데 알았는데 '폰'이어서 최근에 폰으로 한 새로운짓에 대하여. 카카오에서 출시한 'mm' 앱 사용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