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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Jul 11. 2021

Caffeinated

카페인 (20210702)

Caffein(Methyltheobromine 1,3,7-Trimethylxanthine Theine), 카페인이 어떤 분자의 별칭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것은 당연히 검정색의 어떤 케미칼일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너무도 강력하게 카페인이라는 단어는 커피를 바로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를 그렇게 까맣게 만드는 것이 카페인 때문일거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카페인은 흰색의 상온에서 고체인, 그리고 생각보다 예쁘게 생긴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대칭같은 비대칭으로 적당히 균형잡힌 구조에 이중결합도 골고루 퍼져있다. 중추신경계통 각성제로서 약물이라고 하니까, 진짜로 국가가 허락한 마약인건데, 심지어 이 분자는 디엔에이와 알엔에이를 이루고 있는 염기인 아데닌, 구아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동물 실험에서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서 노화를 방지하고 알츠하이머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루 2잔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39%가 감소된다고 한다. 카페인이 신진대사를 촉진해 열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당뇨병 등을 예방한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 속의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겐산은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한다. 이 모든 카더라는 내가 진작 포기한 생물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기작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한다. 내가 관심 있는것은 커피 만드는 과정에서의 사이언스이다.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커피콩을 볶고, 원두를 갈아서 뜨거운 물로 커피 성분을 우려낸다. 그 우러난 물을 마시면 된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각 스텝을 확대해서 보면, 아주 정교한 물리적 화학적 작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복잡한 작용을 각자의 특별한 노하우로 승화시킨 커피 장인들이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커피 볶는 과정은, 물질이 열분해가 되는 과정으로 수분이 빠져나가고 전반적으로 물질 구조에 수축이 일어난다. 로스팅 과정에서 일부 단백질 그리고 카페인이 20%정도 손실이 되는 것도 열분해 때문이다. 온도, 배치에 들어가는 커피 양, 볶는 시간, 쿨링 속도, 쿨링 방법에 영향을 받아서 진해지거나 약해지는 성분이 결정 될 것이다. 

볶아진 커피는 분쇄된다. 이것은 단순하게 표면적을 넓힌다. 이론상으로는, 분쇄하지 않고 커피를 내려도 갈아서 내린 것과 같은 커피가 만들어져야한다. 그렇게하면 kinetic적으로 아주 불리하기 때문에 며칠이 걸릴지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것이다. 그걸 기다리지도 못할 뿐더러 기다리는 시간동안 아마 커피는 산화되거나 다른 화학작용때문에 더이상 본연의 커피 향을 잃을 것이다. 표면적을 높이는 것은 모든 반응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융털인데 아마 융털이 그렇게 구불구불한 주름돌기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먹은 걸 소화시키는데 몇주는 걸렸을지 모른다. 이렇게 분쇄 된 커피파우더는 2 m2/g라고 한다. 이것은 티스푼의 1/4만큼 해당하는 커피 가루를 다 펼쳐보면 1평 조금 안되는 면적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사실 그렇게 큰 수치는 아니다. 상업용 탄소 파우더같은 경우는, 똑같이 티스푼 1/4되는 양으로도 축구장을 덮고도 남는 표면적을 가진다. 커피 구조가 조금 더 촘촘했더라면, 표면적이 커져서 우리는 10배 더 빠르게 커피를 내렸을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촘촘한 미세구멍에 물이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우려내지못했을수도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분쇄 후에는 그 가루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것으로 마지막 단계가 된다. 앞서서 표면적이 높으면 반응을 더 빠르게는 하지만, 전체 녹아나오는 커피 양의 최대치는 표면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 하지만 온도는 녹아나오는 커피의 양 자체를 결정할 수 있다. 반응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카페인 한개만 봤을때 용해도는 실온에서는 2g/100ml이지만, 66g/100ml 이다. 뜨거운 물에서는 30배 이상의 많은 카페인이 물에 녹을수있다는거다. 커피 콩 안에 있는 모든 성분에서 물이랑 친한 애들만 녹아나온다. 물의 온도도 80도냐 100도냐에 따라서 또 나오는 성분이 다 다르고 그래서 향도 다르겠지만, 그정도 예민한 후각과 미각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더 복잡하지만 더 재밌다. 용매를 사용하는 방법, 압력을 사용하는 방법, 등등 방법은 여러가지이지만, 그러나 이것도 결국은 원리는 간단하다. 카페인이랑만 친하고 다른 커피 성분과는 친하지 않은 유기 혹은 수용성 용매를 사용해서 카페인만 녹여서 빼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커피가 검정색인 것이 절대 카페인때문이 아닌 것을 확실하게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커피의 다른 모든 성분들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흰색인 카페인만 빼내도 커피색은 여전히 검정색인 것이다. 카페인 분자는 기본적으로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커피 향이 뭔가 부족해서 디카페인을 마시지 않는다는 말은 개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순전히 카페인으로 각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기분탓이다.(그러나 향이 부족한것은 반쯤 사실이다. 디카페인이 향이 좋지 않고 맛이 없다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적은 수요와 기타 등등의 이유로 품질이 안 좋은 원두를 사용해서라고한다. 좋은 원두를 사용한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커피와 아주 차이가 없다.) 아무튼 카페인이 검정색일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때문에, 디카페인 커피는 검정색의 특수 처리를 해서 최대한 커피처럼 보이려고 만들어졌을거라고 여태 믿어왔던 나를 깨닫고 나니, 정말 고등교육은 하등쓸데없는것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 커피를 마실때마다, 하얀 가루, 그러니까 순수한 카페인 분자를 불가피하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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