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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Aug 27. 2018

도리를 찾아서

토머스 뉴먼, 2016

타자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를 찾기 위해서 거울에 나를 비추는 것과 타자와 나를 비교하는 것, 둘 중 어느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까. <도리를 찾아서>에서 도리는 두 방법 모두를 이용해 도리를,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찾아낸다. 영화는 코믹스럽고 만화적 과장이 범벅된 스토리 안에 중요한 메세지를 모두 실어 내보냈다.  영화 초반부, 도리가 뜬금없이 가족을 떠올리고 그들에게 ‘가야만 한다'고 주장할 때 그것은 단지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 때문만이 아니다. 도리는 가족에게 자신의 뿌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실임을 반증하듯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점점 더 선명해질수록 도리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하게 된다. 도리의 가족은 '내게도 피가 통한 가족이 있었다'는 하나의 팩트에서 더욱 선명한 이미지, 좀 더 커다란 타자의 이미지로 변해간다. 도리는 가족(타자)와 자신의 연결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자신이 배웠던 것들(조개를 따라가기, Just keep swimming 등등)이 가족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었음을 깨닫는다. 

재밌는 점은 도리가 바다가 아니라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다. 도리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으러 수족관으로 가지만, 그들은 이미 그곳을 떠나고 없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한 '회귀'는 영화 극초반부 가오리 떼들의 합창에서도 등장한다. 그들은 그것이 본능이며 자신들의 의무라고 노래를 부른다. 회귀는 재탄생과도 관련이 있는 단어이다. 수족관으로 돌아가서 그곳을 탐사하고 자신의 과거를 일깨운 도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그리고 도리답게 다시 태어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자신에게 물어가며 일을 해결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잊지 않고, 설령 잊는다고 해도 괜찮은 지표를 찾아낸다. 멀린과 니모가 수족관으로 가는 트럭에 타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도 도리이다. 도리는 이제 막 만나게 된 엄마가 헤어짐을 걱정하자 걱정하지 말라고, 집으로 돌아올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는 괜찮다고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에 도리의 엄마가 도리에게 해주었던 이야기와 꼭 닮아있다. 

<도리를 찾아서>는 자아 찾기의 흥미로운 과정인 한편, 다른 측면으로는 장애아를 키우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도리의 엄마와 아빠는 단기 기억 상실증이 있는 도리를 위해서 여러 장치를 마련한다. 집까지 오는 조개, 숨바꼭질 놀이, 도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던 노래 등등. 마침내 도리가 조개를 따라 집으로 올 수 있게 된 날 어린 도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아이'가 된다. 단순하지만 감동스러운 서사이다.

후에 도리는 멀린과 니모를 자신의 부모님에게 '가족'이라고 소개한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멀린과 니모도 이미 도리의 뿌리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리는 자신이 '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되찾고, 그러면서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배운 셈이다. 굳이 피를 나누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랑한다면 그들은 가족이 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인 <도리를 찾아서>는 결국 누구를 향한 제목이었을까? 도리를 뒤쫓은 멀린과 니모, 아니면 도리를 도운 행크, 도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많은 인물이 등장했지만 역시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맥락은 도리가 자신을 찾는 이야기였다. 도리는 도리를 찾아간다. 바다를 넘어 수족관으로, 그리고 다시 바다로. 한 바퀴의 회귀가 끝나면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와 새끼를 기르고 살아가는 많은 동물처럼 도리도 자기 회귀의 끝에 마침내 대가족을 가지고, 그리고 '도리'를 가지고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등장인물 모두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끝이 난다. 시고니 위버의 방송에는 이런 멘트가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가 끝난 동물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멀린처럼, 니모처럼, 행크처럼,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처럼 도리도 이제는 도리로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도리를 찾는 모험은 이렇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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