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당신도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17살,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첫 달. 전교생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에서의 어느 저녁이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끝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손끝이 얼어붙었고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감각을 알게 됐다.
그날 이후, 내 삶에는 ‘불안’이라는 단어가 깊숙하게 들어왔다.
처음엔 단순히 지나가는 일이라 믿고 싶었다.
컨디션 탓일 거라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하지만 불안은 그런 식으로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구체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불안은 집 열쇠를 쥐고 마음대로 드나드는 ‘동거인’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옆에 앉아 있었고 밤에 불을 끄면 내 귀에 속삭였다.
“내일도 힘들 거야.”
나는 불안을 없애고 싶었다. 정상적으로 살고 싶었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알게 됐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어쩌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감정이라는 걸.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불안을 없애는 대신 그냥 옆자리에 앉혀 두면 어떨까?
불안이 고개를 들면 “또 왔네” 하고 의자를 하나 더 내어주는 것.
내 마음속 작은 카페 한 켠에 불안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처음엔 낯설었지만 조금씩 깨달았다.
그 손님이 내 옆에 앉아 있어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쉴 수 있고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물론 지금도 나는 완벽히 나아진 사람이 아니다.
감정은 여전히 흔들리고 어떤 날은 무너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조금 불안해도 여전히 웃을 수 있고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완벽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완벽한 회복의 기록이 아니다.
불안과 함께 사는 한 사람이 어떻게 하루를 버티고 또 살아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혹시 당신이 지금 불안 속에 있다면 이 글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벤치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조금 불안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