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엄마와 함께 걷던 길

by 시유


시간을 거슬러 10년 전,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낯선 이국의 공기를 마시며 8개국을 여행했다.

내가 그 여정을 결심한 이유에는 평생을 고생만 하시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 계시던 엄마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왠지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당시 5년 가까이 무역회사를 다녔던 나는 퇴사를 하고 바로 여행을 계획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처럼 망설임 없이 비행기 티켓을 끊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고, 예상치 못하게 이곳저곳 몸이 아파서 병원을 다니게 되어 금전적인 여건도 예전만큼 넉넉하지 못하다.

엄마 역시 이제는 장거리 비행을 견디기엔 기력이 부치신다.


만약 그때 내가 '나중에 상황이 더 좋아지면',

'준비가 완벽해지면'이라며 생각을 미루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리 모녀의 기억 속엔 그 찬란했던 여덟 나라의 풍경 대신, 손쓸 수 없이 지나가 버린 시간과 짙은 후회만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은 엄마의 삶에 작은 변화도 불러일으켰다.

우울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오게 했고,

‘나도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작지만 단단한

자신감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돌아보면, 그 여행은 엄마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도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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