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처럼 흩어진 마음

by 시유


뜨거웠던 여름의 잔향은

조금씩 희미해졌고,

바람은 어느샌가 선선해졌다.


나뭇잎은 하나둘 색을 바꾸었고,

그 아래에서 나는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변화는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눈에 띄지 않는 균열은

처음엔 그저 무심히

넘길 수 있는 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틈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너는 여전히 내 옆에 있었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너의 말투에

작은 어색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전화는 조금씩 줄었고,

대답은 느릿하게 돌아왔다.


그 모든 변화는

‘바쁘다’는 말 하나로 조용히 넘어갔다.


나는 알고 있었다.

너의 말에 섞인 작은 거짓말들을.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아무 일도 아닌 척 넘어갔던 밤들을.


그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을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방향은,

어쩌면 조금 어긋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익숙한 거리를 함께 걷던 어느 날,

문득 너의 걸음이 느리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앞서가고 있었는지도.


그날따라,

유난히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잠시 발을 멈추고,

바스락이는 그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걸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가을은,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걸

문득 알아차리는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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